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사이언스온고지신]잘 키운 창업기업이 일자리 해결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박종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세상을 바꾼다고 하니 이대로라면 10년이 아니라 3년 단위로 강산이 변할 것 같다. 좋은 기술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인다면 마다할 일이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까지 사라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실직은 코로나 종식 얼마 후 회복되겠지만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대체되는 일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기술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주고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도 일자리 개수까지 보장해 줄지는 미지수다.

일자리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지는 못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기술창업'이 있다. 기술창업은 연구개발(R&D) 결과로 나온 좋은 기술과 산업을 연결하는 기술사업화의 한 방법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매출 증대 기준으로 보면 가장 효과적이다. 신기술 R&D에 참여한 연구원이 직접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이 변하거나 고객이 새로운 요구를 해도 기술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보유한 첨단기술로 높은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구자들은 새로움의 불확실성, 연구자 생활에서 겪지 못했던 기업생태계의 두려움으로 창업 도전에 망설이고 이 점이 연구자 기술창업의 장벽이 되고 있다. 창업도전자의 걱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무장한 '준비된 창업자'로의 변신 과정이 필요하다.

ETRI가 운영하는 여러 가지 기술창업 지원 제도 중 '예비창업 지원제도'가 연구자를 창업자로 변신하는 과정을 도와주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기본 지식은 물론 경영 활동을 거친 후에 창업 공간, 장비와 시설 등 인프라를 제공해 준비된 창업자로 바꿔 주는 창업보육 제도다.

지난 10년 동안 이 제도로 탄생한 기업이 60개가 넘었다. 스마트물류 자동화 솔루션 공급으로 비대면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가치소프트, 소부장 이슈로 기술특화형 강소기업으로 지정받은 패키지 전극소재 생산 기업 호전에이블,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부동산 증권 플랫폼으로 금융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루센트블록 등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대표적 기술창업 사례다. 2020년 말 기준으로 활동 중인 창업기업은 연 매출 약 250억원과 500여명 고용을 만들어내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초기에 매출 한 푼 없이 한 사람이 창업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좋은 기술이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기술창업에 이와 같은 경제적 효과가 있다면 좀 더 과감하게 통 큰 창업방식을 도입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법은 없을까? 최근 들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창업 프로그램들이 관심을 끈다. 먼저 '기획창업'을 예를 들면, 대형 R&D 사업과 융합기술을 이용하고 '나 홀로' 가 아닌 다수 연구진이 참여하는 팀 규모의 창업이다. 그리고 R&D 단계부터 시장수요, 비즈니스모델 수립, 창업까지 이어주는 '창업 일체형 R&D 사업'이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창업은 독창적이자 창업 기획자들이 꿈꿔 왔던 방식이다. 다수 인력의 참여로 분야별 업무 분담이 가능하고 대규모 기술로 인해 진입장벽은 더 높게 구축할 수 있으며 창업을 위해 만들어지는 기술들은 성숙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축적의 시간이 변수이지만 꾸준한 사후관리와 지원이 따라준다면 2~3년 후에 이런 과감한 시도가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더불어 여러 기술이 뭉쳐진 패키지형 기술과 출연연 기술지주회사의 규모 있는 투자, 그리고 전문성을 보유한 기술사업화전담팀의 합작으로 머지않아 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 기업 탄생도 기대해 본다. 꿈꾸는 연구원의 알찬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장 jpark@etri.re.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