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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줄줄이 포기"... 웰빙 열풍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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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친환경 농약, 줄어드는 친환경 농업... 건강한 먹거리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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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친환경농자재'의 친환경 농약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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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의 세계는 복잡하다. 종류가 다양할 뿐더러 이름도 외우기 어렵고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어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농업 확산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위한 친환경 농약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작정 찾아간 충북 옥천의 한 친환경농자재 전문 판매소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친환경 농약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친환경 농업도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게 가득 채웠던 친환경 농약이 이제는 한쪽 벽에...

진창호 대표는 2006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친환경 농약 전문 판매소 '옥천친환경농자재(옥천읍)'를 열었다. 2000년대 이후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면서, 친환경 농업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던 때였다. 친환경 농업에 전망이 있고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고 믿었다. 그는 가게에 각종 친환경 농약을 비롯한 농자재로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지금, 가게에 가득했던 친환경 농약은 한쪽 벽면으로 밀려나 관행 농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불과 작년부터의 일이다. 안전한 음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데, 상황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일이 워낙 고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친환경 농약은 관행 농약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더 비쌉니다. 또 한 번만 사용하면 문제가 금방 해결되는 관행 농약과 달리, 친환경 농약은 여러 번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나죠. 이러다 보니 농가에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겁니다."

그는 2-3년 사이에 친환경 농사를 포기한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옥천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산물 인증현황'을 보면, 2019년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가수가 325가구였던 것에 비해, 2021년 8월 현재 300가구로 줄었다.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이선우 회장 역시 친환경 농가가 줄어드는 상황을 체감한다. 그 원인으로 그는 "고령화로 친환경 농업인이 자연 감소하는 상황, 먹노린재·장마로 인한 흉작, 친환경농산물 가격 경쟁력 부족"을 꼽는다. 벼 재배 농가의 상황을 예로 들면, 지난해 기준 공공급식 벼 수매 가격은 관행벼가 40kg당 7만7천 원, 친환경벼가 8만1천 원으로 근소한 차이다.

그는 "우리 고장이 지금 공공급식에서 친환경벼를 수매하지만 해마다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이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공공급식에 납품할 친환경벼마저도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알아주는 사람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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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친환경농자재' 내부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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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사가 특히 어려운 작물이 몇 가지 있어요. 복숭아, 포도 같은 과수는 워낙 병충해가 많아서 농약을 많이 쓰죠. 1년에 15번에서 20번 정도 약을 칠 거예요. 써야 하는 농약 종류도 서너 가지여서 농가에서 부담이 큰데, 이걸 친환경 농약으로 하려면... 제가 알기로는 옥천에는 친환경 복숭아 재배하는 곳이 두 군데뿐이에요. 단골인 친환경 포도 농가에서 얼마 전에 농약만 100만 원어치 구매해가더라고요." (진창호 대표)

이렇게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 정성껏 농작물을 길러내도 그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유기농 쌈채소를 재배하는 분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소비자로부터 전화가 한 통 오더라고요. 다짜고짜 '구입한 쌈채소에 달팽이가 들었다'며 항의를 하더라고요. 어찌나 무섭게 화를 내시는지 같이 있던 제가 다 민망할 정도였어요."

화학농약을 사용한 농작물은 병해충 피해를 덜 입기에, 자연히 외관상 보기에 더 좋다. 크기도 크고, 깨끗해서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소비자 역시 이런 농산물을 장바구니에 담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감추어진 것이 있다.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상황인 거죠. 사실 요즘은 관행 농약도 이전보다 독성이 많이 약해져서, 농약 쓴 농산물 먹는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향할 방향은 아니에요. 친환경 농산물이 좀 더 대접받아야 해요."

소비자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 못하다 보니, 2000년대에 열정을 품고 친환경 농사에 뛰어든 농민들이 지쳐 점점 포기하는 상황이다.

"가게도 그 흐름에 따라서 상황이 변한 거예요. 친환경 농약 파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가게를 유지할 수 없겠다 싶어, 작년부터 관행 농약을 같이 판매하고 있어요. 예전에 100% 친환경 농자재로만 수입을 얻었다면 지금은 수입의 20%가 친환경 농자재, 나머지 80%가 관행 농약입니다."

그의 가게에 친환경 농약이 줄어든 것은, 관련 제조업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 PLS제도(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가 생긴 이후, 등록 농약 종류가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가 체감하기로는 친환경 농약 제조업체는 80% 줄었다. 특히 친환경 농약은 유통기한이 넉넉하지 않기에,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

'향수친환경'을 비롯해 함께 같은 길을 걷던 친환경농자재 판매소가 하나 둘 문을 닫을 때, 그는 '살아남아야 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변화를 선택했다. 친환경 농약을 취급하는 곳은 옥천에서 이제 이곳이 유일하다. 위태로운 친환경 농업의 등불을 다시 살릴 수는 없을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우리 고장에 여전히 친환경 농업을 지켜나가는 이들이 남아 있는 덕분이다.

어려워도 사명감으로 계속해야지요 - 청석미드미 작목반 민경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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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석미드미 작목반 민경권 대표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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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석미드미 작목반(군북면) 민경권 대표는 2004년부터 엽채류 친환경 농사를 시작했다. 합성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내를 사용하는 무농약농산물 인증에서, 2008년 합성농약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산물 인증으로 더 나아가, 작목반 일곱 사람과 함께 지금껏 계속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던 시절, 그는 무작정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짓겠다며 이곳에 뛰어들었다. 다시 찾아온 고향이었다. 책으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아 밭을 일궜다. 그때까지만 해도 엽채류가 이토록 친환경 방식으로 길러내기 어려운 작물인 줄은 몰랐다.

"쌈채소를 크게 키우는 데는 요소 비료가 특효약이더라고요. 그런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 농작물 크기가 작았죠. 병해충이 다양해서 지켜내는 일이 쉽지 않았고요. 지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예요. 벼룩잎벌레, 공벌레 등 각종 해충이 쌈채소를 갉아먹은 걸 보면 속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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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석미드미 작목반 민경권 대표는 2004년부터 엽채류 친환경 농사를 시작했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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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병해충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는 친환경 농약을 비롯한 유기농업자재를 활용하고 있다. 때로는 식초, 청양고추, 마늘 등 천연재료로 그가 직접 농약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천연재료로 만든 농약이다보니, 사용해도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아요. 그래도 사용하지 않으면 벌레가 다 먹어버리니까,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약제를 사용합니다."

어려움은 있지만 그가 꾸준히 친환경 농업을 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다. 가족과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마음이다. 그는 또 20년 동안 농사를 하면서 남은 가장 큰 재산으로 '사람'을 꼽았다.

"하우스에 들어갈 때 저는 거의 맨발로 다녀요. 화학비료, 농약 쓰지 않은 땅이니까요. 힘들어도 건강한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남은 생도 이렇게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우리 쌈채소를 직거래하시는 단골손님이 10분 정도 계시는데, 이분들이 저에게 가장 큰 재산이에요. 간혹 실수가 있어도 저희를 믿고 지지해주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우리 농산물을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 되죠."
[민경권씨가 말하는 '친환경농산물 살리는 방법']

- 매장에서도 친환경농산물을 특별 대우해야 한다. (예시: 소비자에게 친환경인증 농산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해줄 수 있도록 친환경인증 농산물은 가판대를 다르게 꾸며 물건을 놓는다.)

- 군에서 친환경농자재 지원사업으로 면적에 따른 지원비가 있지만, 작물별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한 지원방식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할 겁니다 - 알렉산드리아 협동조합 최근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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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드리아 협동조합 최근태 이사장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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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태(옥천읍)씨는 옥천으로 이주한 2009년부터 알렉산드리아 포도를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다. 옥천에 정착하기 이전에도 천안에서 포도 농사를 했지만, 처음부터 친환경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관행 농약을 사용했어요.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보편적인 농약이었죠. 그런데 이 농약을 써보니 제 코가 헐고, 금방 낫지도 않더라고요. 나중에서야 그게 '농약 후유증'이라는 걸 알게 됐죠. '살자고 농사를 짓는 건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농약의 유해성을 몸소 체험한 뒤부터 단계적으로 친환경 농사에 다가섰다. 2002년에는 저농약, 2005년에 무농약 인증을 마쳤고 옥천에 이주한 2009년부터는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연구하는 단계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알렉산드리아 품종이 장마에 강하고 노지가 아닌 하우스에서 재배하면 상대적으로 병충해 피해가 적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었다. 오늘 그는 친환경 농사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친환경 농사를 하면 할수록 땅이 건강해지는 걸 느낍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땅에 자란 풀이 퇴비가 됐어요. 땅속에는 지렁이가 많아졌죠. 가보면 지렁이 분변토가 자그마한 산처럼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웃음). 지렁이가 무수한 굴을 파고 갈아엎고 분변토를 내보낸 덕분에 땅이 더 비옥해졌어요. 초반에는 천연재료를 활용한 퇴비를 만들어서 뿌리곤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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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태씨는 옥천으로 이주한 2009년부터 알렉산드리아 포도를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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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친환경 농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땅'을 선물로 받았다며 여기에 친환경 농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알렉산드리아 협동조합은 조합원 15명이 함께 15만607㎡(약 4천720 평) 규모의 재배지를 일궈나가고 있다. 생산한 농산물은 주로 한살림을 통해 유통된다.

안정적인 판로가 마련됐음에도 그는 끊임없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2015년부터는 당도나 영양 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보기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일명 '못난이' 과일을 활용한 주스를 생산한다. 유기농, 무설탕 청포도 주스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어요. 물론 소비자가 친환경 농산물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친환경 농업이 발전하려면 생산자도 그에 못지않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들의 기호를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지금 제 목표는 '보기도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만드는 겁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최근태씨에게도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은 역시 큰 힘이 된다.

"'맛있게 먹었다'며 인사를 전해주시는 소비자분들이 계시죠. 지쳐 있던 때에도 그런 응원을 들으면 그동안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그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최근태씨가 말하는 '친환경농산물 살리는 방법']

- 생산자는 소비자의 기호를 읽어 더 나은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애쓴다.

- 소비자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의 노고를 인정해준다.

제도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와 생산자가 발맞춰야

친환경농업 지원제도가 있지만 현장의 필요를 채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친환경농업 영농자재 지원사업', '유용미생물 무상공급' 등 제도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때 필요한 자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친환경농업 영농자재 지원사업'은 우리 고장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업인과 인증준비 농업인을 대상으로 유기농업자재 구입비를 70% 지원하는 제도다. 면적에 따라 1년에 1ha당 200만 원(유기농산물), 150만 원(무농약농산물)을 지원한다.

'유용미생물 무상공급' 제도는 친환경농업 기반 조성을 위한 것으로, 농업미생물배양센터에서 농업인에게 농업용 및 축산용 미생물을 무상 제공한다. 농업용 유용미생물(EM)은 토양 환경을 개선시켜 작물 생육을 돕고 병해충 예방, 화학비료·농약 절감효과를 주는 친환경 농자재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유용미생물(EM)을 1인당 40L씩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조경환 주무관은 "올해 11월 초중순 무렵, 미생물배양설비를 교체하면 배양기 안에서 모든 균을 배양하던 것에서 단일 형태로 배양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더욱 양질의 미생물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친환경 농민들은 이 같은 지원제도 외에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외에도,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친환경 농산물은 어쩌면 크기가 작고 벌레 먹은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시선은 여전히 농산물의 외관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산물의 건강성과 보기 좋은 모양새는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한걸음으로 나아갈 때, 건강한 땅을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을 테다.

월간 옥이네 통권 51호(2021년 9월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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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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