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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보험금만 54억, 터널 옹벽 충돌 벤츠 교통사고…졸음운전 주장 뒤집은 결정적 단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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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 제공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5월 대전-진주 구간의 대진고속도로 터널 입구. 벤츠 승용차 한 대가 터널 콘크리트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로 탑승한 20대 남녀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고를 졸음운전에 의한 일반 사망사고로 종결했다.

사건이 종결되고 얼마 후 남녀 유족 측은 5개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54억원을 청구했다. 여자 28억원, 남자 26억원 규모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은 사망보험금을 노린 고의사고(자살) 가능성을 주장하며 경찰 측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남녀가 사고 한달여 전에 5개 보험사를 상대로 13개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데, 계약을 진행한 일부 보험사 녹취록에서 "다른 담보는 필요 없고 상해사망보험금을 높게 해달라", "교통사고 사망보험금을 최대한 많이…" 등의 내용이 확인되면서다.

경찰 재조사 결과, 자영업을 하던 남녀 모두 3개월간 가게 문을 닫고 있었고 수입차 구입과 장기간 여행, 음주가무 등 과소비로 부채가 많아 파산 직전이었다.

특히, 사고 현장 200m 앞에서 발견된 타이어 자국은 고속으로 가속, 고의사고 가능성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 EDR(Event Data Recorder, 사고기록장치) 및 현장 타이어 자국 등의 분석을 의뢰했다. EDR은 차량의 속도와 핸들 조작 각도를 비롯해 브레이크 작동 및 안전벨트 착용 여부, 엔진회전수, 타이어 공기압, 변속기어 위치, 에어백 전개 정보 등을 기록하는 장치다.

국과수는 사고 발생 전 운전자가 1차로를 주행하다가 핸들을 좌측으로 11도 조작해 중앙분리대 갓길로 진입한 후 87km/h에서 148km/h로 가속해 148m를 달려 터널 옹벽을 충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졸음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의사고로 볼 수 있는 정황은 당시 사고 목격자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확인됐다. 사고 발생 5~6분 전 현장 전방 약 3km 지점 갓길에 벤츠 차량 한 대가 정차해 있었는데 젊은 남녀가 다투는 모습을 2차로를 진행하던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가 모두 목격한 것. 사고 남녀 유족 측은 졸음운전을 줄곧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없는 정황 증거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은 사망한 남녀 휴대전화와 PC를 압수수색해 디지털포렌식도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이 사망하기 전 "차대차 사고 자살 방법, 옹벽 충격, 추락 사고" 등 자동차 사고 자살 관련 검색어와 "사망 담보 고액 상품, 교통사고 사망보험금" 등에 대한 검색을 한 것도 발견했다. 이와 함께 남녀가 삭제한 SNS 대화에서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도 다수 발견되면서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하지만 유족 측은 졸음운전을 주장하며 보험사와 끝까지 소송을 벌였고, 대법원에서는 고의사고에 의한 자살로 최종 판결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3년(2018~2020년) 동안 적발한 보험사기 유형을 보면 고의사고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 중 고의사고 비중은 2018년 13.6%(금액 1081억9000만원), 2019년 12.5%(1101억4800만원), 지난해 15.4%(1385억4600만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살과 자해를 빙자한 고의사고 비중은 2018년 6.8%(543억3600만원), 2019년 7.2%(637억2800만원), 지난해 7.9%(712억8300만원)다.

고의사고 적발인원 비중은 2018년 8.1%(6445명), 2019년 8.5%(7831명), 이어 지난해에는10.3%(1만225명)로 1만명을 넘어섰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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