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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도 집주인도 패닉 빠졌다…정부 법원 제각각 판단, 전세끼고 산 아파트 실거주 언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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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지 약 14개월이 지난 가운데 계약 연장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법정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서울 서초동의 한 부동산 전문 법률사무소 앞을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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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 소재 아파트를 가진 A씨는 집을 처분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집을 비우겠다던 세입자가 계약 만기 한달을 앞두고 돌연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높아진 세금 감당이 버거워진 A씨는 이사비에 별도의 위로금까지 주고서라도 나가달라고 요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 서울 중구 아파트에서 보증금 6억6000만원에 전세를 살고 있는 B씨는 오는 11월 계약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는 상황인 B씨는 어쩔 수 없이 인근 아파트에서 7억 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도 지불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사정이 생겨 보증금을 빼주기가 어렵게 됐다"며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보증금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 여긴 B씨는 황당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속으로 화를 참고 있다.

임대차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새 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주택업계에서는 법 시행을 소급적용해 순환 주기를 강제적으로 조정하면서 공급을 급감한데다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명확치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집을 산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원의 판결까지 엇갈리고 있어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요구권이 행사된 이후에 집을 취득한 집주인은 실거주 목적이어도 기존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이를 무조건 믿고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법조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서울동부지법은 이같은 정부의 유권해석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을 보면 세입자는 지난해 10월 초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해당 주택을 구입한 새로운 집주인은 그보다 늦은 그달 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새로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했으니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계약기간이 지나도 세입자가 퇴거를 거부하자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해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 권리와 의무 일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며, 갱신요구거절권 또한 승계한다"며 세입자가 해당 주택을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는 정부의 유권해석과는 상반된 판결이다. 국토부와 법무부는 작년 9월 11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임차인이 갱신거절사유가 없는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은 본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유권해석대로라면 새로운 집주인은 이미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집을 취득한 것이니 기존 세입자의 계약을 갱신해 주고 나서 2년 뒤 집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정부의 유권해석에 대해 행정청의 행정해석이 법원의 법 해석 권한을 기속하지 않고, 행정해석의 내용을 살펴봐도 법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따를 것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이와 정반대로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는 건물인도 소송 판결이 났다. 이 사건에서도 세입자는 작년 10월 중순 기존 집주인에 계약갱신을 요구했고 새로운 집주인은 그보다 늦은 그달 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집을 취득했다.

앞의 사례와 사실관계가 거의 같지만,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은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가능한지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임차인이 계약갱신 의사를 표시하면 바로 그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즉, 이미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다면 계약은 이미 갱신됐고, 새로운 집주인은 그런 상황을 물려받았기에 다시 그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취지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두고 혼란 불가피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한 법원의 주요 판단은 이날까지 총 4차례가 있었다. 가장 최근 나온 법원의 판단은 '법인소유의 주택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A법인은 "주택을 법인 사무실 및 임직원 기숙사로 사용하겠다"고 했고, 임차인은 "목적물(주택)이 자연인이 아닌 법인의 소유이므로 (임대인의 실제 거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진 소송에서 법원은 '법인의 경우는 실거주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3월에 나온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첫 판결에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거주안정을 우선했다. 종전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 연장을 위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매수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마쳤다면 매수자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4월에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고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했으나,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어 패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5월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 실거주 목적으로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구매했다면 임대차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첨예한 사안에서 법원의 판결이 엇갈림에 따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각종 분쟁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법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있어 임대인과 분쟁이 지속되며 혼란이 야기되자 매매계약시 집주인은 세입자의 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유권해석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임대인과 임차인의 편법적인 방식들이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문제 등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새로운 집주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문항을 선명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확정적인 법리가 인정되는 것은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은 정부의 7·10 대책으로 시행한 임대차 3법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가속화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게 취지다. 그러나 새로운 법을 과거 계약까지 소급적용하면서 관련 분쟁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작년 7월 1건이던 조정 건수는 12월 41건으로 늘었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도 크게 늘어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건수는 7만4456건으로, 월평균 약 6768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법 시행 전(작년 1~7월) 월 평균 4594건의 상담 건수와 비교하면 1.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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