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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면 기사에 "손 떼라" 전쟁선포…조선vs이재명 악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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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선일보 및 그 계열사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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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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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계열사들의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허위·조작 보도는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특권을 악용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라고 썼다. 이어 “가짜뉴스로 선량한 국민들을 속여 정신적 좀비로 만드는 죄는 집단 학살 범죄 그 이상”이라며 “고의적, 악의적 허위 보도에는 강력한 징벌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4일엔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와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지사가 조선일보에 대한 공개 저격을 한 건 지난 14일부터다. 전날 조선일보 1면에 ‘이재명 인터뷰한 언론인, 7개월 뒤 대장동 개발 ‘화천대유’ 설립’이란 기사가 실리자 이튿날 이 지사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선일보를 향해 “‘일베(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쓴 거면 이해를 하겠다”며 “명색이 최고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인데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언론의 선거중립 의무를 상기해 정론직필하며,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회견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조선일보 기자가 질문하자 이 지사는 “드디어 만났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뒤에도 “조선일보가 ‘이재명 죽이기’를 하고 있다”(16일 페이스북) “부동산 개발이익 국민환수를 추진할 수 있게 해준 조선일보, 국민의힘, 토건세력에 감사드린다”(22일 페이스북) 등 수시로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보도 때 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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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일 TV조선 뉴스판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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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와 조선일보 및 그 계열사의 악연이 시작된 건 2017년 1월 1일이다. TV조선 뉴스는 이날 당시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과 관련 두 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단독] 철거민·시의원에 막말·욕설’ 리포트엔 이 지사가 2011년 11월 성남시청 앞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판교 철거민 대책위원회 회원과 몸싸움을 한 뒤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담겼다. ‘[단독] 이재명 시장, 셋째 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의혹’ 리포트에선 이 지사의 셋째 형 이재선씨가 주장하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설’을 보도했다.

이 시장은 이틀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TV조선은 민주사회의 독극물 같은 존재”라며 “반드시 폐간에 이르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도 이전까지 이 지사와 조선미디어그룹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이 지사는 TV조선으로부터 2013년부터 3년 연속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2013년·2015년) ‘지역혁신부문 경영대상’(2014년) 등을 받았다. 보도가 나오기 직전인 2016년 12월 21일에도 이 지사는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 ‘강적들’에 출연해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입담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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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4년 7월 23일 'TV조선 경영대상-지역혁신경영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성남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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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냉전은 이 지사가 두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해빙기를 맞았다. 이재명 캠프의 좌장급 참모들이 중재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이 지사는 지난달 2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고 3일 뒤엔 TV조선 뉴스에 출연했다.

하지만 화해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3일부터 조선일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보도로 이 지사를 겨냥하면서 2차전이 시작됐다. 조선닷컴이 16일 오전 보도한 기사 “대장동 개발 수익금, 주민에게 반환하라”의 사진설명 중 ‘이재명 지사의 아들이 (화천대유의) 계열사에 취직해 있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강력한 항의를 받은 조선일보는 같은 날 오후 “사진설명 바로잡고, 사과드립니다”라며 정정보도를 했지만 이 지사의 화는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조선일보와 전면전에서 이 지사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는 해석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의혹의 실체가 없다면 ‘안티조선’ 프레임으로 대장동 의혹 사건을 돌파하는 시도는 지지층을 폭넓게 결집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생결단(死生決斷)식의 언어선택은 다듬어 오던 이미지를 망쳐 중도층과 수도권 2030 이탈의 원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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