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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위성통신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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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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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영국 주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기업 ‘원웹’(OneWeb)의 통신위성 34기를 실은 러시아 소유스-2.1b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는 이날 원웹의 위성 34기를 지구 저궤도에 무사히 진입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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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에서 조난을 당하더라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다. 위성통신 기능을 스마트폰에 추가하면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아이폰13을 선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저궤도 위성통신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이 2017년부터 위성통신 전담부서를 두고 연구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 기능이 아이폰에 들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월 초 이르면 내년 아이폰에 위성통신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망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성통신으로 구조 요청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비행기 추락이나 선박 침몰, 자동차 충돌 사고를 신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초기에는 이동통신사와의 협업 관계를 감안해 사용 지역과 용도에 제한을 두겠지만 향후 자체 위성통신망을 구축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위성통신 가능 첫 단말’ 타이틀에 주목

아이폰을 이을 성장 동력이 필요한 애플로서는 위성통신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적지 않다. 우선 우주산업의 혁신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과거엔 인공위성을 발사·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 모토로라가 주도했던 이리듐과 퀄컴이 참여한 글로벌스타 등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크기가 작아도 우수한 성능의 위성을 제작할 수 있게 됐고, 로켓 재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발사 비용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위성통신 기능에 더해 인공지능 영상분석과 모빌리티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상업성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나 인도 바르티 글로벌과 영국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원웹, 아마존의 자회사인 카이퍼, 캐나다의 텔레샛 등이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플이 넣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성통신 기능은 이들 사업자가 제공하는 수준에 비하면 아직 미약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 점쳐지는 글로벌스타가 운영하는 위성은 24개로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없고, 최대 전송속도는 256kbps로 낮다”면서 “단문 메시지를 보내거나 짧은 전화통화만 가능한 재난용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00Mbps에 달해 일반 광대역 인터넷 속도에 근접한 스타링크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위성의 중계 용량이 적어 동시에 많은 사람이 쓸 수 없고, 신호를 송수신하는 데만 1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서 기대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애플이나 퀄컴의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직 스마트폰에서 낼 수 있는 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위성이 보낸 신호를 잡는 것과 달리 위성에 신호를 보내는 데는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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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동통신 단말에서 데이터를 보낼 때 드는 출력이 10~100㎽인데 위성으로 데이터를 보내려면 1W 이상이 필요하다. 위성과 신호를 주고받는다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10분 1 이하로 떨어진다. 글로벌스타의 위성(1.6·2.4㎓)보다 더 높은 대역의 주파수(12~18㎓·26.5~40㎓)를 쓰는 스타링크의 위성에 신호를 보내려면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타링크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소형위성 접시와 라우터 등이 포함된 무게 13㎏의 키트를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스마트폰만으로 지상망과 비슷한 수준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5세대 이동통신과 위성통신망을 연결하는 표준이 있어야 이에 맞는 칩을 개발할 텐데 관련 표준화 작업은 올해 막 시작됐다. 표준화 작업이 끝난 후에야 애플이 스타링크와 손잡을 여지도 생긴다. 그럼에도 애플이 위성통신을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문가는 “애플이 지상망과 위성망을 연결하는 ‘초공간’ 통신 표준 작업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기 위해서”라고 평가했다.

6G통신, UAM에 위성통신은 필수

6세대 이동통신의 가장 큰 특징은 지상·위성 통합망 구축이다. 고도 300~1500㎞에 있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섬과 산간, 사막 등 육상의 통신 음영지역과 해상의 선박과 지상 10㎞까지의 항공기 등에 초고속·저지연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이 만물 인터넷을 내세웠다면, 6세대는 공간 제약이 없는 통신을 표방한다. 애플이 아이폰에 위성통신 기능을 집어넣으면 지상망과 위성망을 동시에 잡는 첫 번째 단말이 된다.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와 비슷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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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위성통신에 관심을 가진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처럼 국토가 넓고, 사막 등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 많은 나라였다. 특히 5·6세대로 올라갈수록 주파수 대역이 높아지고, 그만큼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아 더 촘촘히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갈수록 지상망을 깔기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용자도 많지 않을 경우 위성통신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우리나라처럼 지상망을 잘 갖춘 나라도 위성통신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먼저 도심항공교통(UAM)이 상용화하려면 위성통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상 기지국의 통신 신호가 도달하는 거리는 지상 120m 이내인데 UAM의 공역은 지상 300m 이상이라 UAM 관제나 공중이동체에서의 인터넷 사용을 위해서는 위성통신을 쓸 수밖에 없다. 지상의 기지국이 하늘을 향하도록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지상을 향하는 기지국과 별도로 투자가 필요하다.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에만 수조원이 들어가는데 추가로 하늘을 향하는 기지국을 건설하기란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그래서 지상망 구축보다 위성통신이 훨씬 경제적인 대안이 된다. 위성통신은 애플이 관심을 두고 있는 자율주행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경석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율주행 중 통신이 끊어질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지상의 기지국이 음영지역을 커버하지 못할 경우 위성을 이용해 통신 중단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비행체가 사고를 피하려면 통신신호가 오가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여기서 저궤도 위성통신이 필요하다. 현재도 정지궤도 위성을 통한 위성통신은 가능하지만, 지상 3만6000㎞라는 먼 거리에 있어 평균 통신 지연율이 240㎳로 길다. 반면 저궤도 위성은 최소 10㎳로 5세대 이동통신 수준의 지연율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중계기 용량이 한정된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저궤도 위성은 수백~수천대를 띄워 통신용량을 늘려 전지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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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검증이력 확보할 선도망 구축

모건스탠리의 2017년 자료를 보면 위성통신시장 규모는 2018년 3600억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0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도 선박용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점유율 1위인 인텔리안, 반도체 전력증폭기 시장 세계 5위인 RFHIC 등 유망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 사용해 성능을 검증받은 이력(우주검증이력·Space Heritage)이 없다면 위성통신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제표준화기구(ITU·3GPP)의 지상·위성통합망 표준화 일정에 맞춰 2025년부터 2031년까지 4단계에 걸쳐 총 14기 위성을 발사해 국내 기업의 우주검증이력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조민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방송관리과장은 “우리나라 위성통신 서비스에 쓰는 부품을 자급한다는 차원을 넘어 향후 스페이스X나 원웹, 텔레샛, 아마존 등이 띄울 수천~수만기의 위성에 우리 부품을 집어넣으려면 우주검증이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우주검증을 위해 위성을 쏠 순 없으니 저궤도 위성통신 시범사업으로 기업의 기술 실증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성통신 실증사업으로 해상 물류 추적 서비스도 연구할 수 있다. 한국이 사물인터넷과 센서 기술, 해상 물류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유망 신사업이 될 수 있다. 각국이 위성통신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전략물자화한 상황에서 이 분야 소재·부품·장비에서의 기술자립도 꾀할 수 있다. 시범사업은 올해 제출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내년 6월 통과하면 2023년부터 기술개발에 들어간다. 우주검증이력 확보를 위한 선도망 구축에는 220㎏ 정도의 소형위성이 투입된다. 100~150㎏ 정도의 위성으로는 스페이스X 정도의 성능밖엔 낼 수 없기 때문에 규모를 키웠다. 조민영 과장은 “이왕 만든다면 가장 앞선 기술로, 세계 최초의 3GPP 초공간 표준에 기반을 둔 통신위성을 띄우려 한다”면서 “세계 표준에 맞춰 실제 서비스가 되는지 검증하고, 여기에 포함된 우리 기업들의 부품 성능을 확인해 수출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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