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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확진자 '3천' 많지않은 이유…“일상회복 위해선 수만명도 감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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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단계적 일상회복' 전망

"일상회복, 사회경제적 피해를 방역상 피해로 돌리는 절차"

"3000명 확진자 많지 않아, 최대 수만명도 감당해야"

"단계적 일상회복 미루는 것, 문제 해결 미루는 일일 뿐"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25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27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단계적 일상회복을 고려하면 3000명도 많은 숫자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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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관악구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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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 발발 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개진해온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진자 증가세와 향후 방역 대응에 관한 전망을 상술한 글을 올렸다.

정 교수는 먼저 최근 확진자 증가세에 대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100%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의 감염력은 기존 코로나의 1.7배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어서 조금만 균형이 무너저도 즉시 확진자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날 백신 접종율이 전파력을 감소시키기에는 모자라고 감염이 이미 돼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비율이 유럽 주요국가 대비 10분의1~20분의1 정도에 그쳐 면역수준이 많이 낮은 상황이다.

여기 더해 정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 연구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7월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 이후와 이전의 감염력 감소 효과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이는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랫동안 효과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거리두기 강화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일상회복, 사회경제적 피해를 방역상의 피해로 돌리는 절차”

정 교수는 이같은 조건에서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표현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사실상 어느 정도의 감염확산을 감수하고 사회경제적 피해를 복구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정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지난 1년반 동안 이어진 방역상의 피해(확진자, 중환자, 사망자)를 막기 위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왔던 정책을 백신 접종 후 다시 방역상의 피해로 돌리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확진자와 중환자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거리두기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왔다면, 백신 접종률 증가로 중증 위험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일상 회복을 통해 거꾸로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고 확진자 등 방역상의 피해를 감수하는 길이 일상회복의 본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물론 백신 접종으로 인해 치러야 할 피해의 총량은 크게 감소했지만 그래도 심각한 방역상의 피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일상회복이 가져올 또다른 효과에 대비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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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북 경산 옥산동 양지요양병원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안심면회실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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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이어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할 확진자 수는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거의 고정값에 가깝다”며 확진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정 교수는 그 이유로 미접종자의 추가 접종 가능성이 높지 않아 “11월 이후에도 전국민 기준 백신 2차 접종률은 80%에 소폭 미달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또 정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력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일 확진자 수를 감당해야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 재생산지수를 6 정도로 가정하면 전체 국민의 83% 면역수준이 필요하다”며 “만약 전국민 80%가 접종을 하시고 평균 감염예방효과가 80%라고 하더라도 전국민 면역수준은 64%에서 불과하다. 따라서 19%의 인구가 미접종자 감염 또는 접종자의 돌파감염으로 면역수준에 기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접종률 추이로는 감염을 통해 면역을 확보하는 인구 역시 전체의 19%에 달하는, 1000만명의 누적 확진자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000명 확진자 많은 것 아냐, 최대 수만명 감당해야”

이같은 상황에서 정 교수는 “3000명의 확진자는 많은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매일 3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면역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거의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시간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000명 이상의 일 감염자 수를 감당하지 않으면 흔히 얘기되는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가혹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은 이것보다 더 발생자수가 높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소한 매일 1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해야 3년 이내에 더 이상 코로나 19가 확산하지 않는 면역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될 수록 우리 나라 확진자수는 급증할 수 밖에 없고, 최대 수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해야 한다. 지금 시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유행 2년을 향해가는 현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2차 접종이 완료되면 추가적인 정책적 대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문제의 해결을 미룰 뿐”이라고 설명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미룰 수 없어, 치열한 준비 필요”

정 교수는 이에 따라 “10월말에 확진자수가 3000명이 유지되더라도, 심지어 더 늘어나더라도 단계적 일상회복은 시작되어야 한다”며 “그 준비를 치열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한 치밀한 준비를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는 “확진자수가 2천명대로 유지되면 일상회복이 진행될 수 있다는 표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우리 사회가 하루 1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다면 3-5년의 완화기간이 걸릴 것이고, 최대 수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2-3년에 그 피해를 치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접종 고위험군에 대한 최대한의 백신 접종, 다년간 대비 가능한 중환자 치료병상과 의료인력, 추적 체계의 단순화, 경증환자의 자가 치료 등 준비를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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