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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파트 1·2층 주민에게 노후 승강기 교체비용, 윗층 주민들과 똑같이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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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1·2층 주민 낮은 빈도 이용 예상"

균등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해 주목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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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이 없어 엘리베이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 1·2층 주민에게 노후 승강기 교체비용을 윗층 주민들과 똑같이 부과하는 것은 정당할까.

법원은 1·2층 주민은 낮은 빈도 이용이 예상되므로 균등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A씨는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1994년 12월 준공돼 총 299세대로 이뤄져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9년 초 입주자들에게 승강기 교체 관련 안내문과 설문서를 발송했다.

그 결과 입주민들은 노후 승강기를 교체하는 것에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지만, 1·2층 48세대 소유자들은 승강기 교체비용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시 실시된 설문에서 142세대가 균등 부과를,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2019년 4월 입주자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2만원에서 5만원으로 5년간 인상하고 전체 입주자에게 이를 동일하게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등을 오랫동안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승강기 등 노후된 시설물 교체나 옥상 방수공사, 외벽 도색 등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소유주에게 징수해 적립해 놓은 비용이다.

이 사건 아파트 1·2층에 거주하는 A씨는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층 43세대도 A씨의 소 제기에 동의했다.

변론 과정에서 A씨 측은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 1·2층 입주자에게도 승강기 교체 관련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견 수렴 절차도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장기수선충당금은 세대당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1·2층 입주자에게도 부과했을 뿐"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균등 부과하기로 정했다"고 반박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7단독 이광열 판사는 지난 2019년 12월 A씨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직·간접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는 승강기를 이용하더라도 3층 이상 입주자에 비해 낮은 빈도로 이용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자대표회의는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 문제에 관해 입주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며 "이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아파트 1·2층 입주자는 48세대이고, 3층 이상 입주자는 251세대이므로 충분한 논의나 설명 없이 입주자 의견을 물을 경우 다수는 균등 부과에 동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이 판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 등 권리와 의무, 입주자간 분쟁 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도 장기수선충당금 균등 부과 결정의 적법 여부에 고려돼야 하는데, 그 의무를 충실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다수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하려면 공용부분의 사용 빈도 등을 조사해 균등 부과 필요성 등에 관해 충분한 의견 교환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 사건 균등부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항소하지 않으면 원고 승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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