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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D램값 떨어진다?… “지나친 우려” 삼성·SK, 54조 투자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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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D램 생산용 EUV 설비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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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D램 가격 하락 전망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정된 54조원의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 일부 시장조사업체가 내놓고 있는 D램 관련 부정적 전망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데다, 차세대 반도체 전환을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분기와 비교해 3~8% 하락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에 대해 최대 5% 떨어질 것으로 지난달 내다봤는데, 이번 전망은 하락폭을 더욱 확대한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은 3분기 고점을 찍은 후 4분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될 것이다”라며 “D램 공급업체들은 재고 수준이 나쁘지 않지만, 최종 제품 시장 고객은 재고 수준이 높아 추가로 D램을 조달한 의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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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0나노급 DDR4.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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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의 하락은 D램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전체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사업에서 D램 매출 비중은 절반 수준이고, 메모리에 더 집중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매출에서 D램은 90%에 달한다.

트렌드포스는 PC용 D램 가격이 전체 시장의 하락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PC용 D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노트북과 PC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한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5~10%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경우에도 지난달 ‘메모리의 겨울이 다가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시장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라며 “올 한해 지속된 PC·서버용 D램 가격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고 이런 흐름은 빠르면 올해 4분기부터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라고 했다. 또 “반도체 호황의 사이클은 후반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D램을 생산하는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콩계 증권사 CLSA(Credit Lyonnais Securities Asia) 또한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예상 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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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생산에 EUV 공정을 적용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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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전망에 대해 반도체업계는 “다소 무리한 분석이다”라는 반박한다. 특히 트렌드포스 등의 시장 전망은 PC용 D램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과 D램 주력 제품이 바뀌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트렌드포스는 PC용 D램을 시장 전망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데, PC용 D램은 현재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내외로 매우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D램 시장은 이미 모바일과 서버용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라며 “PC용 D램을 중심으로 하는 트렌드포스의 전망은 실제 시장 상황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실제 트렌드포스도 서버용 D램의 가격 하락 전망에 대해서는 5% 미만, 모바일은 가격 유지라고 예상했다.

또 현재 D램 주력인 DDR4(4세대)가 차세대인 DDR5(5세대)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DDR4의 가격 하락 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 수요가 여전히 좋고, 내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수요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라며 “외부에서 우려하는 건 수요는 정체되는데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건데, 실제 현장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라고 했다. 이 사장의 견해는 분기별로 장기 계약을 맺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특성상,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주요 계약들이 얼추 마무리됐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영향이 적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몇몇 불안 요인은 있지만, 시장 수요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모바일은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고용량화와 주요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견조하고, 서버는 백신 보급 확대 및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기업 투자 심리가 회복돼 신규 CPU 채용으로 고용량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부사장은 “PC 시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 영향으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확산하면서 기업용 PC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신규 운영체제(OS)로 인한 교체수요 역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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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 최초 HKMG 공정을 적용한 고용량 DDR5 메모리.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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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부 부정적 전망에도 메모리 등 반도체 관련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유형자산 설비투자(CAPEX)에 역대 최고치인 23조5281억원을 책정했고, SK하이닉스는 6조9196억원을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6%, SK하이닉스는 28.4% 늘린 것이다. 올해 두 회사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합산 54조4312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종전 최고인 2017년 51조9205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SK하이닉스는 “공급 업체들의 D램 재고가 실제 가져야 하는 것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수요 증가를 예상한다면 내년 생산분을 위한 설비투자가 집행돼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며 “지난 분기(1분기)에 말했던 추가적인 설비투자 집행도 계획대로 될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향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과 중국 시안에 15나노 D램과 128단 V낸드 투자가 집중됐다”며 “예정된 설비투자를 모두 집행할 것이다”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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