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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엔총회 결산] 文 종전선언 마지막 승부수에 北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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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낮은 실현 가능성에도 밀어붙인 뚝심

즉각 화답한 김여정 “시간 낭비 할 필요 없다”

아주경제

문 대통령, BTS와 함께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 참석에 앞서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네번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2021.9.20.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9-20 22:23:51/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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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승부수가 먹힌 것일까.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사흘 만에 화답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등의 문제에도 건설적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부장은 “북과 남이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담화문은 북한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했지만, 김 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남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면서 남측의 이중기준은 넘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이 위협적 도발로 매도되고 남측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하다”면서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자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재탕’, ‘비현실적’이라는 혹평이 많았지만 대화의 한 축인 북한이 반응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4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따른 담화와 관련해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향해서 대화의 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조건이 붙어 있다는 것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서로의 대화와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은 좋은 신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남북 관계 ‘투트랙’ 접근 제안…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분수령 될 듯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과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하고 23일 밤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지난해에 이어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상들 간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비핵화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선언 이후 거론하지 않던 종전선언 의 주체를 기존 남·북·미에서 남·북·미·중으로 명시하며 중국을 추가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추진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나는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그것은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투트랙 전략’으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귀국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들과의 기내 간담회에서 “과거와 달리 북한의 핵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이제 평화협상과 별개로 북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따라 거기 가해져 있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주는 투트랙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권의 공세에 대해서도 “‘참 이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일축하며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과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합의를 한 것”이라며 “(상황이 좋지 않다고) 계속해서 이렇게 시간만 보낼 순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올림픽을 포함해) 앞으로 남북회담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다만 국제적 계기로는 베이징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혹시 그런 계기가 남북 간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BTS로 시작해 BTS로 끝났다’…홍보 효과 톡톡

이번 순방에서 또 하나의 성과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하고,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가교역할을 하는 선도국가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뒤 귀국길에 올라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책임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포함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신 글로벌 허브로의 가시적 성과가 있었고, 우리는 이제 연대와 협력의 모범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격과 무거워진 책임을 동시에 느꼈다”고 밝혔다.

선도국가 자리매김의 중심에는 BTS(방탄소년단)가 자리 잡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유엔 사무총장이나 내가 수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BTS 연설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BTS의 순방 동행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일 제2차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Moment·SDG 모멘트)에서의 연설과 특별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다. BTS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미래세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다. 유엔 웹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특별 퍼포먼스 영상은 약 100만여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김정숙 여사와는 같은 날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을 찾아 ‘K-컬처’ 홍보에 나섰다.

순방 이후에도 BTS의 활약은 계속됐다. 미국의 대표 방송사인 ABC방송 프로그램에 문 대통령과의 합동 인터뷰가 방영됐다.

문 대통령은 미국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퍼미션 투 댄스’는 노래도 아주 아름답고, 안무도 아름답지만 차이를 뛰어넘는 통합이란 메시지를 세계인들에게 전달해줬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엄지손가락만 편 채 양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상체를 긁는 수어 동작을 직접 해 보이며 BTS 멤버들에게 “이런 게 있죠”라고 말했다. 이 동작은 ‘즐겁다’라는 의미다.

BTS 멤버 정국은 “특사 임명을 받고 (유엔에서) 스피치와 퍼포먼스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봉철 기자 niceb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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