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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교통사고 부상자 살피던 '참의사' 이영곤씨…  2차 사고로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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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역할을 다하려다 2차 사고 당해"
형편 어려운 환자에 치료비 안 받고 진료
재소자 진료도 자처하고 청소년 장학금도
"마음 가는 데로 도와… 근래 보기 드문 의사"
한국일보

고 이영곤씨. 유가족 제공.


성묘를 다녀오던 의사가 교통사고 부상자들을 돌보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생전에도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과 재소자들을 무료 진료해왔고, 청소년 장학금 지원 등 선행을 이어왔다.

25일 경남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이영곤(61)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53분쯤 추석연휴를 맞아 홀로 사천시 정동면 부친 묘소를 찾은 뒤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진주시 정촌면 남해고속도로 진주나들목 인근을 지나던 그는 빗길에 미끄러진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 받은 사고를 목격했다.

구급대가 출동하기 전이라, 이씨는 차를 멈춘 뒤 부상자들을 살폈다. 그는 진주시 대안동에서 '이영곤 내과'를 운영하는 의사였기 때문에 부상자들을 도울 생각으로 차량에서 내린 것이다.

그러나 사고 차량 탑승자들의 부상 정도가 응급처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이들을 안심시킨 뒤 자신의 차로 돌아가던 중 1차선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2일 오후 1시 40분쯤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있던 신고자와 목격자 등이 이씨가 의료인의 역할을 다하려다가 2차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고 이영곤씨 진료실. 이영곤 내과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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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이씨는 진주의료원에서 5년간 근무하다가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이영곤 내과의원'을 개원해 30년 간 운영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창시절 장학금을 받아 겨우 학업을 마쳤던 그는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줬으며 청소년 장학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교도소 재소자 진료도 자청해 20년째 매주 3,4회 진주교도소를 찾아 왕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까지 경상대병원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와 진주 중앙시장 인근 이씨의 병원에는 그를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씨 주변 사람들은 "환자를 아버님 어머님 대하 듯했다. 요즘 보기 드문 의사였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 승규씨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점심 시간을 아껴 재소자 진료를 하시기도 하셨다"면서 "(남을 돕는 이유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데로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씨는 24일 사천시 정동면에 있는 선영에 안장됐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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