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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총여학생회 해산 투표 놓고, 경희대 남녀 갈등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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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내 알림판에 총여학생회 해산 결정을 위한 총투표 시행 공고문이 붙어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총여학생회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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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역사의 ‘총여학생회’ 해산 절차에 돌입한 경희대가 해산 투표권을 두고 남녀간 갈등을 빚고있다. 총여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이 낸 학생회비로 운영되는데, 정작 해산 투표권은 여학생에게만 주자 남학생들이 “명백한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심화한 젠더(gender·성별) 갈등이 총여학생회 해산 문제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경희대는 지난 23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총여학생회 해산 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후 경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일 기준 남녀간 투표권 차별과 관련한 불만글 50여건이 올라왔다. “투표권을 여학생에게만 줄거면 운영비도 여학생에게서만 걷었어야 한다” “나도 여자지만 여학생만 투표하는건 수치스럽다” 등의 비판이다. 경희대 재학생 변모(26)씨는 “지금까지 총여학생회를 전체 학생회비로 운영해놓고, 해산 결정에서 남학생들만 쏙 빼겠다는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총여학생회에 대한 남학생들의 반대 여론이 꽤 있었는데, 막상 해산 투표권을 주지 않으니 혹시 해산시키지 않으려는 속셈이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 재원 문제가 투표권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총여학생회의 해산 여부를 그 구성원들에 맡겨 자치권을 보장해주려 한 것”이라고 했다.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투표는 경희대 전체 여학생(8378명)의 과반이 참여해, 그 중 과반이 ‘총여학생회 해산’에 찬성하면 가결된다. 총학생회는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이틀간 투표일을 연장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남학생까지 포함한 총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일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내 알림판에 총여학생회 해산 결정을 위한 총투표 시행 공고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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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총학생회가 산하 기구인 총여학생회 해산 절차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 회장 입후보자가 줄곧 없었기 때문이다. 총여학생회는 5공 시절인 1987년 출범해 성 평등과 여학생 인권 등 학내 논의를 이끌어왔지만 최근에는 실질적인 활동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경희대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엔 성균관대·동국대가, 이듬해엔 연세대가 남녀 학생 총투표를 거쳐 총여학생회를 해산했다.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 중 총여학생회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해산 절차에 들어간 경희대를 비롯해 감리신학대·총신대·한국항공대·한신대·한양대 등 6개 대학뿐이다.

송재형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여학생회는 남학생 위주였던 총학생회 문화에서 여학생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1980년대말 등장한 단체”라며 “2010년대 들어 학내 복지, 인권, 표현 등 학생들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갔고 총여학생회 해산은 이로 인해 학생회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해산 투표 절차를 두고 일어난 갈등은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에,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젠더 갈등까지 섞여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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