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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갈등에 몸살 앓는 서울 방배동 재건축 단지들… “분양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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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지 신축 아파트촌으로 거듭날 방배동 일대 재건축 사업지의 사업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사업 속도가 빠른 곳으로 꼽혔던 방배 5구역은 비례율 문제로, 방배 6구역은 시공사 계약이 해지되면서 각각 일반 분양일정이 뒤로 밀렸다. 방배 13구역은 이주 막바지에 다가갔지만, 세입자들간의 갈등 해결이 어려워 골치를 썩고 있다. 이에 따라 방배동 인근에 들어설 6000가구 가량의 주택 공급도 늦어질 전망이다. 서울 핵심지에 대단지가 들어서는 효과를 줄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됐었는데 결국 연내 분양은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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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입주를 완료한 방배그랑자이의 분양 당시 모델하우스 전경/GS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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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배 6구역의 시공사 계약이 조합 의결에 따라 해지됐다. 결국 사업 속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방배 6구역이 재건축되면 지하 4층~지상 22층의 16개동에 총 1097가구가 조성된다. 현재 방배 6구역은 이주와 철거가 마무리 된 상태다.

대단지 조성 공사를 앞두고 갑자기 시공사 계약이 해지된 것은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제시한 무상 특화 설계 공약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DL이앤씨는 구역을 가로지르는 15m 도로를 없애고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대안설계를 제시했지만, 최종 건축심의 변경안에 이런 내용이 누락됐다.

시공비를 둘러싸고도 갈등이 커졌다. DL이앤씨는 당초 총 공사비로 2730억원 정도를 요구했는데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3300억원 정도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배 6구역 한 조합원은 “무상특화 설계가 빠진 상황에서 공사비는 올려달라고 하고 공사비 인상 내역을 제대로 밝히라는 요구도 DL이엔씨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나온 결과”라고 했다.

3080가구 규모의 방배5구역은 조합이 제시한 비례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추가부담금이 커지는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도모하고 나서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비례율이란 재건축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에 감정평가액에 곱하는 값이다. 방배5구역의 비례율은 133%수준이었는데 244%로 올라가면서 갈등이 커졌다. 언뜻보면 비례율이 올라 조합원의 이익은 커지는 것 같지만 조합 분양가도 같이 올라간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종전 권리가액이 3억원인 조합원은 비례율이 133%일 때 3억9900만원 만큼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244%일 때 권리가액은 7억3200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조합은 조합원 분양가도 3.3㎡ 기준 3850만원 수준으로 높여 잡았다. 종전 조합원 예상 분양가(2350만원)보다 약 1500만원 가량 오르면서 조합원 공급가액도 높아졌는데, 일부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오히려 커졌다.

방배동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방배5구역 비례율이 높아지면서 권리가액이 높은 조합원들에겐 이익이 늘어나는 반면, 권리가액이 낮은 조합원의 경우 추가분담금이 커졌다”면서 “특히 막판에 프리미엄을 최대치로 주고 조합원이 된 사람들은 추가분담금까지 고려하면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비례율이 바뀌고 나서 프리미엄 가액이 조금 떨어졌다”면서 “조합 내 갈등이 커지고 이렇게 비례율이 갑자기 커진 것은 사실 유례를 찾기 어렵다보니 소송으로까지 가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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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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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커지면서 올 하반기 방배 5구역의 일반 분양 일정도 미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상 하반기 청약은 힘들 것으로 보이고 내년 5~6월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약 1097가구가 지어지는 방배6구역은 이주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9월 29일까지 이주가 완료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주율이 90%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남은 세입자의 이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막판 10%포인트의 이주율 해결이 쉽지 않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합 관계자는 “신탁 등기를 포함한 이후 단계의 법적 준비는 모두 완료된 상황”이라고 했다. 방배13구역은 이주가 제대로 완료된다면 2022년 착공, 2025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가만 두어도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배동 인근의 재건축 사업이 순항해서 빠른 주택 공급이 이어지면 이 근방 전세난 해소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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