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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형 저축은행 따라가다 넘어질라’ 지방 저축은행, 금리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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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금리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는 가운데, 대형 저축은행을 따라 수신금리를 올려야 하는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주로 지방에 자리 잡은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인지도가 높은 시중은행이나 상호신용금고에서 이용자를 끌어오려면 최소한 비슷하거나,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영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2.24%로 나타났다. 저점을 찍은 지난 4월30일(연 1.61%)에 견주면 0.63%포인트(P)가 뛰었다. 5개월여만에 0.6%포인트 넘게 상승할 정도로 빠른 속도다. 공시 대상 저축은행 중에선 서울과 분당 일대를 기반으로 하는 유진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가 연 2.6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역시 서울 기반 ES저축은행의 정기예금(연 2.65%)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날 최하위는 경상북도 포항의 대아저축은행(연 1.2%)과 경상북도 경주의 대원저축은행(연 1.2%)가 차지했다. 유진저축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칠만큼 낮은 금리다. 그 바로 위에는 강원도의 CK저축은행(연 1.4%)과 경상남도 통영의 조흥저축은행(연 1.4%)가 자리했다. 연 금리가 2% 밑인 저축은행 가운데 대부분이 오성저축은행(경상북도 구미), 진주저축은행(경상남도 진주), 아산저축은행(충청남도 아산), BNK저축은행(부산광역시), 대명저축은행(충청북도 제천)처럼 수도권 바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 입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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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청·세종,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부산·울산·경남 등 6개 영업 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영업구역 내에서는 의무대출 비중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최소 50%, 그 외 지역은 최소 40% 이상이다.

이 가운데 서울, 인천·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지역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올 들어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같은 대출 열풍이 부는 가운데도 여신(與信) 증가세가 시중은행이나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만큼 가파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상권이 침체되고, 전통적인 지역기반 거점 산업들마저 쇠퇴하면서 대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 저축은행 대부분은 개발과 운영에 상당한 자본이 드는 모바일 뱅킹 어플리케이션(앱)도 보유하지 않아, 비(非)대면 여신 수요를 확보하기에도 마땅치 않다.

전라북도 전주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지주계 저축은행들은 연말이 다가오면 예·적금 특판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자금을 끌어 모으지만, 지방 저축은행들은 수신이 들어와도 돈을 빌려갈 수요가 적다”며 “그렇다고 금리 경쟁력이 없어지면 수신을 아예 확보할 수가 없으니,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업계 평균 금리를 따라 조정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평균금리가 1% 중반 대였던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이들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평균금리에 살짝 못 미치는 1% 초반 금리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영업이 가능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뛰면서 대형 저축은행과 금리 차이가 순식간에 벌어졌다. 저축은행 업계 평균 금리에 맞추려면 현재 1% 초반 최하위권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들은 단숨에 1%포인트를 올려야만 대형 저축은행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누적 영업이익은 5조3723억원으로, 이 가운데 이자이익은 4조8515억원이다. 저축은행 사업 구조상 영업이익 90%가 이자에서 나온다. 특히 사업 구조가 단순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절대적으로 이자 수익에 의존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 규제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코로나19로 깜깜이 부실 채권까지 늘어나는 와중에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여·수신 확보 경쟁마저 밀리면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대형 저축은행이 우수한 영업 네트워크와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 여신 부분을 강화하고, 본업인 중금리 대출 부분에서도 공격적으로 여신을 늘리고 있다”며 “지방에 영업 거점을 둔 중소형 저축은행은 영업 네트워크도 미비하고, 주력 상품인 부동산 PF 관련 대출 역시 사업 확장이 쉽지 않아 보여 저축은행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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