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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 총재 선거는 도련님 싸움, 韓 대선은 맨주먹파 격돌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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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정치팀장의 픽: 일본 선거와 한국 대선



29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 4명이 입후보했다. 자민당 총재와 일본 총리직이 걸려있는 이번 선거의 판세는 고노와 기시다, 남성 후보간 2파전으로 흐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인 고노의 돌풍 속에, 과연 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전 총리)-아소 다로(麻生太郞·재무상)파벌 연합의 견제를 뚫고 승리를 쟁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

29일 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합중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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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는 과거 동료의원들에게서 "인기도 있고, 능력도 있다. 그에게 없는 것은 상식(뿐)이다"란 평가를 받았던 일본 정계의 이단아다.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란 별명도 따라 다녔다. 이런 ‘괴짜’ 고노가 계파 정치의 벽을 뚫고 승리한다면 일본 권력 지도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둘의 ‘출신 성분’을 보면 주요 파벌에 맞서 싸우는 고노도,주요 파벌을 업고 싸우는 기시다도 모두 정치 명문가의 도련님들이다. 고노의 조부는 건설상·농림상에 부총리까지 지낸 고노 이치로(河野 一郞), 부친은 ‘고노 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이다.

기시다의 부친도 중소기업청 장관을 지낸 중의원 의원 출신이고, 할아버지 역시 중의원 의원을 지냈다. 둘 모두 조부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지방(地盤ㆍ후원회 조직)' '간방(看板ㆍ지명도)' '가방(선거자금)' 등 소위 '3방'을 무기로 성장했다.

최근 30년간 자민당 총재를 지낸 11명 중 9명이, 2017년 중의원선거 소선거구에서 승리한 자민당 의원 218명 중 33%인 72명이 세습의원인 세습 왕국. 그 일본의 전형적인 정치구조 틀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인 셈이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가 활개치는 걸 두고는 “과거제도 등이 없어 계층간 신분 이동의 기회가 주변국보다 적었고, 치열한 경쟁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지위에 의한 세습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풍토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런 정치 체제가 일본 정치와 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을 앞둔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극적으로 대비된다. 대선 지지율 1~4위 후보들은 사실상 ‘맨주먹파'다. 청소부 일을 하는 아버지와 동네 시장 화장실 앞에서 돈을 받던 어머니 사이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이재명, 무학(無學)인 아버지와 문맹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홍준표, 빈농의 7남매 중 장남으로 배가 고플 때 마다 물배를 채웠던 이낙연까지 3명이 '흙수저 중의 흙수저'다. 대학 교수 출신의 인텔리 아버지를 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다른 세 사람 보다는 형편이 나았겠지만, 그 역시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헤쳐나간 자수성가형이다.

자수성가파 맨주먹끼리 격돌하는 한국, 도련님끼리 맞붙는 일본의 상황은 양국의 다른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토양의 산물이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 숨막힐 정도로 변화에 둔감한 일본정치의 특징이 확연하게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박근혜-아베, 문재인-아베, 문재인-스가를 거치며 순탄치 않았던 한·일관계 앞에 이번엔 어떤 리더십 조합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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