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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신입 사원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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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입 사원 김재원은 나와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Z세대이며 우리 단체 단골 수강생이었다가 얼마 전 나의 옆자리 동료가 되었다. 요즘 그와 함께 일하며 서로 배우는 기쁨이 꽤 크다.

경향신문

오수경 자유기고가


김재원은 생태계에 피해를 덜 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가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사무실 대청소를 할 때였다. 내가 빈 화분이나 언젠가는 쓰겠지 생각하며 모아둔 쇼핑백 등을 버리려 하자 자신이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화분은 집으로 가져가 식물을 심고, 쇼핑백은 재활용센터에 가져다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정말 며칠에 걸쳐 퇴근 때마다 그걸 실어 날랐다. 과거에도 그는 행사 현수막을 가져갔다가 가방으로 만들어 오거나, 비누나 과일청을 직접 만들어 선물로 주곤 했다. 요즘에도 내가 쉽게 버리던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무료 나눔을 하거나 재활용하고 있다.

김재원을 동료로 맞이하고 사무실 풍경이 바뀌고 있다. 우선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박스나 플라스틱이 너무 과해서 택배 주문을 잘 하지 않는다는 그의 소신을 반영하여 책을 비롯한 어지간한 물건은 발품을 팔아 구매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도 직접 수령하는 방식을 고려한다. 비건을 실천하는 다른 Z세대 동료를 통해 나의 식습관과 동물을 대하는 법을 차츰 배워가고 있었다면, 이제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김재원’을 떠올려보게 된다.

옆자리 동료이지만, 김재원에게 일을 가르쳐야 하는 상사이기도 한 나는 그에게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질문하며 배우라는 의미다. 그런 바람대로 그는 나에게 수시로 질문한다. 물론 나도 지지 않고 그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외부자였던 그의 시선으로 보면 내부자이자 ‘고인물’인 내가 미처 몰랐던 걸 알게 되는 유익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그는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야무지게’ 묻는 동료로 지내고 있다. 김재원과 함께 지내게 되며 후배 동료들의 신념이나 방식이 지금-여기에 뿌리를 내리도록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청년은 미숙하기에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미래세대’로 밀려났다가 ‘○○세대’로 소환되어 탐구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주목받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한 번도 현재이거나 주체인 적이 없었다. 상업적 목적이든, 정치적 필요든, 기성세대의 우월감 확인이나 허세를 위해서든 대상이 되어 이용될 뿐이었다. 그래서 질문하게 된다. 소위 세대 담론을 만들어내고, ○○세대로 그들을 유형화하며 신기해하는 만큼 그들을 동시대적 존재이자 동료로 인정할 역량이 우리 사회에는 있을까? 세대라고 명명된 미지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강연을 듣고 책을 사서 읽는 만큼 지금 내 옆에 실존하는 다른 존재를 긍정하며 그들에게 현재를 내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렇게 질문하는 나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나이와 경력이 권력이 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적절하게 서로에게 개입하며 함께 성장하는 청년과 꼰대의 공생이 가능하도록 더듬더듬 모색할 뿐이다.

오수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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