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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떤 기전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피라맥스’의 항바이러스 효과 입증 [채종일의 기생충 X파일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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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말라리아 약 많이 쓰는 아프리카
코로나 전파 매우 느린 점 착안
여러 약제들 효과 시험한 결과
피라맥스의 성분 가장 뛰어나

코로나19의 기세가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은 ‘위드 코로나’(코로나 일상)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 생산하고 있는 항말라리아 약제 피라맥스(Pyramax·사진)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3상)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만일 코로나 환자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코로나19 관리 및 퇴치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피라맥스는 항말라리아 효능이 입증된 두 가지 약제, 즉 아르테수네이트와 피로나리딘을 합제한 것이다.

‘말라리아 약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 처음 세워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말라리아 환자가 많은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경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 전파가 매우 느리고 중증 환자 비율과 치사율도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혹시 항말라리아 약제를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생겼다. 처음에는 재래식 항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코로나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했으나 그다지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20년 7~8월, 한국과 프랑스에서 매우 의미가 큰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에서 발표된 연구는 인간 폐상피세포(Calu-3)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다음 피라맥스를 투여했을 때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다는 시험관 내 연구결과였다. 반면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했을 때는 그다지 높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 결과는 피라맥스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며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던져주었다.

프랑스에서 발표된 연구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는 항말라리아 약제 중 특히 아르테미시닌 계열의 약물이 코로나19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 착안해 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한 것이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아르테미시닌계 약물 중에서도 특히 피라맥스의 주요 구성 성분인 아르테수네이트가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였고, 피로나리딘의 시험관 내 항바이러스 효과도 매우 만족할 만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항말라리아 신약인 피라맥스가 코로나19에 대한 신약으로서 유용성이 매우 클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결과가 우수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항말라리아 약제가 어떤 기전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숙주세포(비강 점막 상피세포 등) 표면에 분포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용체를 차단해 바이러스 침입을 억제할 것이라는 가설도 있으나, 이 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최근의 한 시험관 내 연구에 의하면 피라맥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세포 침입 직후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피라맥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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