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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술의 세계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민족의 꿈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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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 대가’ 정비파 개인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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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파 초대형 목판화전 ‘한백두 날아 오르다’ 포스터 이미지.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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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8m 길이 32m ‘신몽유…’ 포함
통일의 염원 다룬 역작 50여점 선보여
“이 땅의 모순과 부조리의 원인은 분단”

목판화의 대가인 정비파(65·아래 사진)의 개인전이 오는 9월25일 개막한다. 높이가 2.8m, 길이가 무려 32m에 이르는 ‘신몽유, 한라백두, 백두한라 통일대원도’ 2점과 2~4m 길이의 목판화 신작 28점, 작품의 원판 부조 26점 등을 펼쳐보인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통일대원도는 통일의 염원을 담아 남녘 한라산부터 북녘 백두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산하를 작가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목판에 새겨 한지 위에 찍어낸 초대형 목판화 작품이다. 제작 기간만 4년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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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정비파의 모습 ㅣ 작가 제공


작가로 활동하며 평생 터득한 기법과 역량을 총동원했다. 동양의 관념적 산수화도 보이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서구의 사실주의 풍경화 요소도 보인다. 험준하고 역동적인 산세를 묘사하며 한민족의 웅장한 기상 또한 놓치지 않았다. 정비파 필생의 역작이라 부를 만하다. 그는 “한국 미술계 역사상 가장 큰 작품을 거는 전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한백두 날아 오르다’이다. 통일대원도를 포함해 여러 작품에 힘차게 비상하는 독수리(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가 등장한다. 한백두는 한라산의 ‘한’과 백두산의 ‘백두’를 합해 작가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한민족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했다. 통일대원도는 한라산에서 날아 오른 한백두가 국토를 종단한 후 백두산에서 또 다른 독수리를 만나 한 쌍이 나란히 남녘으로 다시 회귀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같은 배경을 역순으로 위·아래에 병치시켜 결과적으로 백두산과 한라산이 마주 보게 했다. 남과 북이 만나 하나 되는 순간이다. 웬만한 공간에선 펼쳐보기도 힘들 정도로 큰 작품을 만든 이유는 뭘까. 통일의 순간을 보고 싶다는 갈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살아생전에 어렵다면 사후에라도 그날은 반드시 와야 한다는 작가의 염원을 담았다.

두 번째는 작가의 열망이 일반 대중들에까지 가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정 작가는 “압도적 크기의 작품을 통해 점점 사라져 가는 통일의 불씨를 지펴 보는 이들의 가슴속에서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배경의 작품을 색상과 제목만 달리해 두 점을 제작한 것도 눈에 띈다. 창공을 가르는 한백두의 시선에서 낮과 밤에 각각 바라본 한반도의 산하를 표현했다.

“밤낮으로 달려가야 하는 통일의 여정을 표현한 겁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통일을 염원하는 제 마음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염원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통일담론이 쏙 들어간 게 현실이다. 분단이라는 현실이 사회적 현안의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고 웬만한 의제들을 블랙홀처럼 모두 빨아들여 버리는 비이성적 상황도 안타깝지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신몽유 통일대원도’의 제작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 온 동인고 교사 김호룡씨는 “이 땅과 민중의 모든 모순과 질곡, 역사와 사회적 부조리의 근원은 분단이라는 게 정비파의 명징한 인식”이라고 했다. 분단의 땅과 시대에 태어났으니, 통일을 그림으로 담는 걸 운명으로 여기는 작가가 그 실천의 일환으로 내놓은 작품이 통일대원도라는 설명이다.

오랫동안 국토 연작을 통해 분단을 넘어 통일을 지향하는 작품을 선보여 온 정비파는 이번 전시에서도 한국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치열한 역사의식을 강렬하면서도 차분한 미학적 메시지로 드러냈다. 전시는 10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 2전시실에서 열린다.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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