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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꿈의 배터리' 한발 앞선 LG엔솔...용량 10배 높인 전고체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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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大와 공동 연구

상온에서도 고속 충전하고

500회 이상 충·방전 가능

도요타 등과 기술경쟁 가열

삼성SDI·SK이노도 상용화 속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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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수명을 보다 길게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전고체 배터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UCSD)와의 공동 연구로 상온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은 이날 세계 과학계 연구성과 지표의 기준이 되는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실리며 주목 받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하고 최대 800㎞까지 주행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리지만 온도에 민감한 탓에 60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만 충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아울러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처음으로 상온에서 충·방전 수명이 500회를 넘겼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500번 이상의 충전과 방전 이후에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하고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도 약 40% 높이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인 진일보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고성능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은 실리콘 음극재다. 연구팀은 전고체 배터리의 음극에서 도전재와 바인더를 제거하고 5㎛(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입자 크기를 가진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에 비해 10배 높은 용량을 가져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방전 중 부피 변화가 심한 탓에 그동안 활용이 어려웠다.

LG화학이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단입자 양극재와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 중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개발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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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둘러싼 전 세계 주도권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이달 초 자사 유튜브 채널에 차량이 달리는 영상을 올리고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장착 프로토타입 자동차이며 정식으로 번호판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2020년대 전반에 상용화한다는 기존 계획도 재확인했다. 차량과 배터리를 한 덩어리로 개발해 배터리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개발에 1조 5,000억 엔(약 1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배터리업체 중에서는 삼성SDI가 양산 시점이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완료해 2027년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이후 SK이노베이션은 2030년 이전 각각 상용화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연구 조직 내 차세대 배터리 전담 조직을 두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2025년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조 6,000억 원에서 2035년 29조 3,000억 원으로 10년간 18배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 시작되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며 리튬이온을 비롯한 기존 배터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최근 들어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 우려가 불거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시장 진입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년대 중반부터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되기 시작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가격 부담이 낮춰지기 전까지 시장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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