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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는 왜 애플·구글에 열받았나…"거짓말쟁이이자 푸틴의 공범" 맹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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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거짓말쟁이이자 위선자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의해 투옥 중인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사진)가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이들이 당국 압박에 굴해 야권의 선거운동을 방해했다는 것. 말로는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한다는 이들 기업이 권위주의 집권세력의 권력 유지에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됐다고 그는 개탄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애플과 구글, 텔레그램 등을 지목해 '크렘린의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최근 선거에서 내가 놀란 것은 푸틴이 (선거) 결과를 조작한 게 아니라 막강한 IT 공룡들이 순순히 푸틴의 공범으로 변모한 것"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나발니는 옥중 메시지를 통해 추천 야당 후보 목록을 담은 '스마트 투표' 앱을 내려받을 것을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러시아 당국은 극단주의 불법 조직으로 인정된 나발니의 '반부패재단'이 만든 해당 앱을 유통하는 행위는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애플과 구글 등을 압박했다.

러시아의 날 선 규제에 놀란 애플과 구글은 총선 첫날인 9월 17일 나발니 진영의 스마트 투표 앱을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장터에서 전격 삭제했다. 뒤이어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도 18일 관련 챗봇 서비스를 중지시켰으며, 유튜브도 같은 날 스마트 투표를 권고하는 나발니 채널의 동영상을 차단했다.

스마트 투표는 통합 러시아당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를 추천해주는 앱으로, 나발니 측이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2018년 개발했다.

그런데 올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노린 여당과 푸틴 정부가 미국 빅테크 등을 상대로 "해당 앱을 제거하지 않으면 선거에 간섭하는 행위로 보고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방해 시도가 노골화했다. 급기야 러시아 경찰은 모스크바에 있는 구글 사무실에 들어가 앱 서비스 차단을 요구하는 법원 명령까지 전달했다.

나발니는 푸틴 정부의 압박에 굴한 해당 기업들을 향해 "이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거짓말쟁이들이고 위선자들"이라며 기업 지도자들을 "비겁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러시아 출신인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개발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향해서도 "엄청나게 화나고 실망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받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이후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구속 수사 기간 등을 제외한 2년6월의 형기를 채우고 있다. 나발니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그들(IT 기업들)이 인터넷까지도 권력 유지 도구로 바꾼 '전제적 도둑'의 권리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나발니 진영의 스마트 투표 운동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통합 러시아당은 전체 하원 의석 450석 가운데 324석을 확보하며 개헌선을 훌쩍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가 서비스 중단에 불응할 경우 체포 대상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빅테크들을 굴복시켰다는 언론 보도를 환기시키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정부의 폭거에) 침묵하는 것은 더 나쁜 범죄이며, 인질들을 붙잡은 테러리스트를 격려하는 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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