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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화천대유 초호화 고문단의 얽히고 설킨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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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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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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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화천대유가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고검장, 검사장 등으로 초호화 고문단을 꾸린 사실이 알려져 그 배경과 이들이 한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 중이거나 과거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법조인은 지난해 9월 퇴임한 권순일 전 대법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국정농단 사건에서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 등이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소속된 로펌도 이 회사와 고문 계약을 맺었고,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이 회사의 자문 변호사로 일했다. 공인회계사인 박 전 특검의 딸도 화천대유에서 일했다.

배경에는 이 회사의 대주주인 전직 법조기자 출신 A씨, 그와 동업관계인 변호사 B씨가 있다. 모 경제지 부국장을 지낸 A씨는 30여년간 법조계 등을 출입하며 두터운 법조 인맥을 쌓았다. 이경재 변호사는 A씨의 제안으로 고문직을 맡았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화천대유 고문단은 아니지만 아들이 이 회사에서 근무한 적 있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도 검사 출신이다.

이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박영수 전 특검과 이경재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책임자와 변호인이었다. 박 전 특검과 강찬우 전 지검장은 B씨가 당초 공영개발 예정이던 대장동 개발에 민간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 로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 각각 변호인과 수사책임자였다. B씨는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당시 ‘방패’와 ‘창’이었던 두 법조인이 이후 화천대유와 연을 맺은 것이다.

강 전 지검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 지사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은 그에 대한 대가로 화천대유가 권 전 대법관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대장동 개발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때 추진됐다.

이들은 고액의 고문료를 받았다. 화천대유는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에게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비싸면 수백원까지 받기는 해도 월 1000만원이 넘어가는 고문료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전직 검찰총장이나 대법관의 도장이 찍힌 의견서 같은 게 필요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 최광석 변호사는 “계약서 검토 등의 실무를 위해 보통 전문 변호사나 로펌과 고문 계약을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전문가가 아닌 전관을 찾는 회사들의 경우 절차대로 일을 처리하기보다 로비 등을 통하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위 검사 출신 법조인은 “대기업이 전관 출신에게 지급하는 고문료도 많아야 월 500만원 수준”이라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는 이례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다. 대검찰청은 24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등 고발 사건을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 직접수사하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직접 수사를 관할하는 4차장 산하인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권 전 대법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10개월치 고문료를 사회에 환원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직 고위 법관·검사들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건 퇴임 후 2개월여만인 지난해 11월이다.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한 대법관은 3년간 취업이 제한되지만 그 대상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자본금 10억원·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사기업,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로펌 등이다. 자본금 3억여원인 화천대유는 당초 적용 대상이 아니다.

3년 간의 취업제한 기간이 지나면 대형 로펌 등으로 향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2017년 2월 퇴임한 이상훈 전 대법관은 3년 제한이 풀리고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 김앤장법률사무소로, 2016년 9월 퇴임한 이인복 전 대법관은 지난해 4월 법무법인 화우에 둥지를 틀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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