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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결국 달러채 이자 지급 못한 ‘헝다’…중국 정부 언제쯤 개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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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중국 헝다(에버그란데)그룹 건물 외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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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23일로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는 전날 위안화 채권 이자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지만, 달러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헝다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헝다의 달러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전날 이자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지난 23일까지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0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0억원)을 동시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헝다는 하루 전 공고를 통해 위안화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달러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 헝다가 밝힌 위안화 채권 이자 해결 역시 온전한 이자 지급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 보유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지급 시한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을 썼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헝다가 23일로 예정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더라도 곧바로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채권 계약서 상 예정일로부터 30일까지는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적인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자 지급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오너 위안 골드만삭스 아시아 신흥시장 채권부문장은 “그들은 30일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거래를 성사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헝다의 위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오는 29일 또 다른 달러 채권 이자 4750만달러(약 560억원)를 지급해야 하는 등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이자만 모두 6억6800만달러(약 7900억원)에 이른다. 또 내년에는 채권 원금도 상황해야 하기 때문에 헝다가 미봉책을 쓰며 시간을 끌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과 파산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심은 헝다가 채무불이행과 파산에 직면할 경우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 정부가 헝다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등의 직접 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이 톈진대 교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헝다의 위기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며, 대마불사(大馬不死)가 해당되지 않는다”며 “구제금융 같은 정부의 구제 조치는 최근 몇 년간 정부가 해 온 금융 변동성 제어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헝다 사태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헝다의 총부채는 1조9665억위안(약 357조원)으로 중국 전체 은행 대출의 0.3% 정도를 차지해 금융권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으로 사회·경제적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헝다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업체로 280여개 도시에서 1300여개의 개발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룹 전체 직원만 20만명이고, 8000여개 협력업체에 380만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다. 헝다의 선분양 아파트를 구입한 입주 예정자도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헝다의 채무불이행이 가시화되는 시점에는 중국 정부가 적절한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투신운용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헝다의 채무불이행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무질서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국유기업에 헝다의 프로젝트를 나눠서 인수하도록 하고, 지방 정부도 헝다의 계약자와 협력업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스위스 프라이빗 뱅크 롬바르 오디에의 아시아 전략가 호민 리는 “채무불이행 이후에는 중국 정부가 개입을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새 집을 받지 못한 주택 구입자들의 분노로 정치적 불안정이 야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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