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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정의용 "中, 아직 한국엔 강압적이지 않다"…사드보복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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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강압적(coercive)이라고 여러 나라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단 점을 우리도 중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아직 우리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세적·강압적이라 평가를 받는 중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중국이 공세 외교를 펼치는 것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취지로 말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를 해명하려고 부연 설명에 나선 것이다.



中 '전랑외교' 한창인데 "강압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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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미국외교협회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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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됐다. 중국이 공세적 외교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자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데다,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모습은 강압적이지 않다고 단정 짓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외교적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입장을 그대로 강조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서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중국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 인민을 괴롭히고 압박하고 노예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제관계도 이제 민주화되고 있다”며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자기 주장을 다른 나라에 강요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이같은 국제관계의 원칙을 어기고 강압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같은 태도는 한국을 대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고압적인 태도와 상대국에 대한 보복 조치 등을 동원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추구하고 있음에도 정 장관이 이같은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엔 강압적이지 않다"?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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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당한 사드보복을 중단케하고, 우리의 경쟁력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우리나라 대 중국 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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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갈등 사안에서 중국의 본색이 드러난 사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한류 금지 조치와 경제 보복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사드가 배치된 이후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2017년 한한령(한류 제한 명령)을 내리며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대폭 축소하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과 게임 역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며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 역시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강압적 태도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당시 “한·미 연합훈련은 건설적이지 못하다”며 한·미 연합 방위 태세에 공개적으로 딴지를 걸었다. 중국이 다자 외교 행사에서 이같은 발언을 쏟아내고, 사드 보복 조치로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정 장관은 중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강압적 조치가 아닌 “자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특정 국가 겨냥한 블록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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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2021.9.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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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이날 ‘반중(反中) 동맹은 냉전식 사고방식’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부연 설명을 했다. “어떤 블록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면서다. 정 장관은 또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직전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지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내가) 미국에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못하냐”며 “미국이 아니라 어디서라도 그런 입장은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장관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 비판 보도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선 내가) 중국 편을 들었다고 평가하는데, 부분적 내용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장관이 ‘중국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공정한 보도가 아니다. (발언을) 천천히 뜯어보고, 그래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그 때 비판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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