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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달러채 이자 못 갚은 헝다…파산 공포 재점화, 亞 채권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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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파산설’이 불거진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23일로 예정됐던 달러표시채권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글로벌 투자자가 공포에 떨고 있다. 사진은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모습. 제공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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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설’이 불거진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23일로 예정됐던 달러표시채권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글로벌 투자자가 또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전기자동차 계열사에서는 임직원에게 임금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은 헝다에서 발행한 달러채권을 가진 미국의 한 투자자가 전날까지 헝다로부터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내년 3월 만기 달러채권의 이자 8353만 달러(약981억원)와 2025년 9월 만기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2억원)을 23일까지 지급해야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진정되는 듯했던 금융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날 홍콩거래소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전날보다 11.61% 떨어진 2.36 홍콩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월 19일 주가(17.26홍콩달러)와 비교하면 86% 하락한 수치다. 헝다차의 주가도 임금체불 소식에 24일 하루에만 23% 폭락했다.

홍콩 증시도 힘을 쓰지 못한 채 떨어졌다. 24일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30% 내렸고, 홍콩 증시 상장 중국 기업주 중심의 H주 지수는 전날보다 1.47% 하락 마감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자 헝다는 지난 22일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2억원)은 “장외 방식의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고 밝히며 시장을 달랬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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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이 베이징에 개발 중인 한 아파트. 22일기준 타워크레인이 멈춰서는 등 공사가 중단된상태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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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에 그칠 듯하던 헝다그룹 디폴트의 공포는 달러채권 이자 미지급으로 다시 커졌다. 계약서상으로 공식 디폴트 선언은 이자 지급일로부터 30일 이후 이뤄진다. 시장에서는 헝다가 근본적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뿐만 아니다. 갚아야 할 이자와 원금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헝다그룹 오는 29일까지 채권 이자 4750만 달러(약 558억원)를 내야 하고, 2022년까지 77억 달러(약 9조514억원), 2023년에는 108억 달러(약 12조7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

중국 당국의 구제를 기대하며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 또한 오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자국 전문가를 인용해 “헝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할 정도로 큰 기업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헝다의 파산에 대비한 준비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헝다의 파산을 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당국은 지방정부에 ▶사회 불안 차단 ▶일자리 감소 대비 ▶주택 구매자 및 경제 전반의 파장 완화 등을 주문했다고 한다. 회계사와 법률 전문가 등을 긴급 소집해 각 지역의 헝다그룹 재무 상태를 조사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헝다그룹이 추진했던 부동산 건설 계획의 원활한 인수를 준비하며 민간 시위 등에 대비하라는 요구도 내려왔다.

헝다그룹의 전기차 관련 계열사인 헝다자동차에서 일부 직원에게 줄 급여마저 밀렸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각) 헝다차의 중간관리자급 직원 중 일부가 이번 달 2차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헝다차 직원은 보통 매달 초 1차 급여를 받고 20일에 2차 급여를 받는다.

헝다차는 헝다그룹의 무리한 사업확장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으로 블룸버그는 헝다그룹 전반의 채무 문제가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헝다차의 협력업체들도 지난 7월부터 공장 설비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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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그룹 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재점화하는 '헝다 쇼크'에 긴장하는 곳은 아시아 채권시장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각) “헝다그룹이 달러채권의 이자 8353만 달러(약 981억원)를 갚지 못한다면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 재조정을 촉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아시아 차입자들이 발행한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올해 초 7% 정도였지만 이번 주 12%까지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채권 시장 규모는 4280억 달러(약 503조원)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자 중국의 은행은 일제히 “헝다 관련 대출 부담은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헝다의 채권자 중 하나인 저상은행은 상하이거래소의 사이트에 “헝다에 38억 위안(약 6910억원)을 대출했으나 충분한 담보가 있어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광다은행과 공상은행 등도 비슷한 내용의 공고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대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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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중국 헝다그룹 사태와 관련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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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헝다 사태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으나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 같은 중국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차입금 규모는 은행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0.35%에 불과하고, 은행대출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등의 담보가 있어 은행의 직접적인 손실 규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먼 사태 때와 달리) 대규모 부채에 연동한 파생상품 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체에 위협이 될 경우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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