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위기의 헝다 앞 ‘세 갈래’ 길...버릴까, 조일까, 놔둘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산 위기 中 헝다, 3가지 선택지]
①’도덕적 해이’ 용인 안 돼...파산 불가피
②“방만한 사업 정리”, 국유화로 쪼개기
③협력업체, 투자자 손실 결자해지부터
한국일보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광둥성 선전 본사 앞에서 23일 건물 내 진입을 시도하는 투자자들이 공안과 경비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헝다(恒大ㆍEvergrande)그룹이 첫 고비인 지난 23일 1,400억 원 이자지급 기한을 넘겼지만 줄줄이 폭탄이 널려있다. 356조 원에 달하는 부채가 버겁다. 원금을 제외하고도 당장 연말까지 내야 하는 이자만 6,400억 원이 넘는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다가 발행한 달러 채권을 보유한 한 미국 투자자는 전날까지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기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대표 지수인 항셍지구는 1.30% 하락한 24,192.16으로 마감했다. 이에 △불가피한 파산 △정부 개입과 구조조정 △자구노력을 통한 회생 등 헝다의 존폐를 좌우할 3가지 선택지가 거론되고 있다.

①’도덕적 해이’ 안 돼, 본보기로 삼아야

한국일보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이 챙긴 배당금. 그래픽=강준구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방조하는 시나리오다. 부동산재벌의 도덕적 해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공평한 사회를 추구하며 다 함께 잘살자는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기조에도 들어맞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3대 레드라인’으로 대출을 규제한 이래 부동산 개발회사의 방만한 부채에 속속 칼을 들이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헝다를 구제하는 건 시 주석의 공동부유 비전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헝다 창업주 쉬자인 회장의 처신도 논란이다. 부채에 허덕이는 회사 상황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4일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쉬 회장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80억 달러(9조4,000억 원)를 웃돈다”고 전했다. 쉬 회장은 헝다 주식 77%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 주택 분양시장에서 헝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헝다는 지난해 부동산에서 7,232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7,500억 위안이다.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지난해 중국 전체 분양주택 매출(17조3,000억 위안)의 4.3%에 불과하다. 텅쉰왕은 “헝다가 망한다고 해서 집값이 급락할 것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②“문어발식 사업 정리부터”, 국유화로 사업 쪼개기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헝다의 급격한 파산은 중국 정부로선 부담스럽다. 관리역량의 한계를 노출하면 내년 가을 집권 연장을 노리는 시 주석에게 상당한 악재다. 그래서 정부 개입을 통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장’ 시나리오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 하이난 항공그룹의 경우 파산과 구조조정 절차를 밟으면서 4개 부문으로 쪼개져 30년 만에 국유화 수순으로 접어든 상태다.

헝다는 재무제표상 부채보다 자산이 많다. 유동성 위기를 자초한 건 일차적으로 무분별한 사업 확장 때문이다. 부동산 외에 전기차, 관광, 생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환구시보는 “헝다는 돈을 끌어 모아 관련없는 사업에 뿌려댔다”면서 “누구나 현재의 위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헝다는 제 살을 깎는 데 미온적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헝다는 전기차를 비롯한 알짜배기 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데 미적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입보다 지방 차원에서 헝다 리스크 차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헝다 사태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자인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전날 인민은행이 1,200억 위안(21조8,000억 원) 규모 역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헝다 사태와는 상관없는 통화운용 차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헝다가 채무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이 최후에 대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헝다의 재정내역을 파악하고 사업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③”구멍부터 메워야”, 결자해지 우선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파산과 국유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당장 급한 건 협력업체와 투자자의 손실을 메우는 것이다. 헝다의 부채 가운데 금융권 대출은 30%를 밑돈다. 나머지 70% 이상은 건설과 분양과정에서 ‘떼먹은’ 돈이다. 그래서 소송도 여럿 걸려 있다. 헝다의 8,000개 자회사와 협력업체 직원은 380만 명에 달한다. 또 현금 확보를 위해 고수익을 내걸고 판매한 금융상품은 애먼 소비자들의 생존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 FT는 “헝다가 위험한 상품을 8만여 명에게 팔아 62억 달러(7조3,000억 원)를 조성했다”고 추산했다.

결국 헝다가 예정대로 집을 만들어 팔아서 돈을 마련해 이들에게 갚아야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단기 해법으로 헝다의 자구책을 강조하는 이유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한다. 블룸버그는 “당국이 헝다에 건설 중인 주택을 완공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하고 채권자들과 적극 소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매체 왕이는 “현재 선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1,200억 위안의 자금을 확보해 헝다가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믿을 만한 쉬 회장이 주도하는 게 당연하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총이 톈진대 교수는 “책임은 헝다 스스로 떠맡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구제금융을 언급하기엔 섣부르다”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