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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 아이티 특사, "비인간적 이민자 추방" 항의하며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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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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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푸트 미 아이티특사. 미 국무부 제공


미국의 아이티 특사가 아이티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강제추방 결정이 비인간적이라고 공개 항의하며 취임 두달 만에 사임했다. 미 정부는 특사의 사임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지만, 최근 미 국경순찰대가 아이티 이민자들을 가축 몰듯 쫓아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대니얼 푸트 미 아이티특사가 “난민과 불법 이민자 수천명을 아이티로 추방하는 미국의 비인간적이고 역효과적 추방 결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푸트 특사는 사임 서한에서 “아이티에 대한 우리의 정책적 접근은 깊은 결함이 있으며 나의 권고는 무시되고 묵살당했다”고 비판했다.

푸트 특사의 공개 비판에 백악관과 국무부는 강도 높은 반박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트 특사가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푸트 특사가 해결책 모색에 참여하는 대신 사임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례적으로 고위 외교관을 상대로 비판에 나섰다.

푸트 특사의 사임은 바이든 행정부가 텍사스 델리오에 머물고 있는 아이티 불법 이주민들에 대한 강제추방에 착수해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아이티에서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로 정국혼란이 불어닥친 데 이어 지난달 강진이 발생하며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타임스는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미국에 난민 신청 절차를 기다리는 인원이 약 1만4000명까지 늘어났다고 23일 전했다. 아이티 이민자 급증에 미 국토안보부는 23일까지 1400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들을 아이티로 송환하고, 32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을 난민캠프 밖으로 추방했다.

특히 말을 탄 미 국경순찰대원들이 지난 19일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국경 지대인 델리오의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미 매체들은 백인 대원들이 흑인 아이티 이민자들에게 폭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과거 백인이 흑인 노예를 학대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을 포용하겠다고 공약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보다 더 혹독한 수준으로 단속을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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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국경 지대인 델리오의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국경순찰대가 말을 타고 아이티 이민자들을 쫓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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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부임한 푸트 특사는 사임 서한에서 미 정부가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연루된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를 지지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푸트 특사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가 수십년 간 아이티 정치를 조종해온 걸 연상시킨다”며 “미국이 또 승자를 고를 수 있다고 믿는 자만심이 놀랍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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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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