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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삿대질 김구라, 예능 캐릭터로 인정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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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라디오스타>, 또다시 도마에 오른 김구라의 언행

오마이뉴스

▲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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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구라가 또다시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의 주인공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박정아, 표승주, 정지윤가 출연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MC 김구라의 무례한 언행이 더 화제가 됐다. 김구라는 방송 내내 선수들에게 여러 차례 삿대질을 하거나,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툭툭 던지는 말투로 불쾌감을 초래했다. 시청자 게시판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김구라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김구라의 방송태도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김구라의 동료 희극인 남희석은 지난해 7월 SNS에 김구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남희석이 문제 삼았던 장면 역시 <라디오스타>에서의 태도였다. 남희석은 "김구라는 초대 손님이 말을 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을 쓰고 앉아 있다.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다. 그냥 자기 캐릭터 유지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러다 보니 몇몇 짬(경력)이 어린 게스트들은 나와서 시청자가 아니라 김구라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종종 있다"고 썼다.

남희석의 글은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크게 화제가 됐다. 당시 <라디오스타>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김구라를 옹호하고 나섰다. 제작진은 "김구라는 촬영 현장에서 출연자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며, 세세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구라는 출연자들에게 무례한 MC가 아니다. 방송에서 비치는 김구라의 모습은 예능인 라디오스타만의 캐릭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김구라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이후 방송에서 행동을 조심하는 듯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방송 태도를 변명하는 등, 간접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건을 의식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조차 잠시 뿐이었고 김구라의 태도 논란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남희석뿐만 아니라, 그동안 방송에 출연했던 게스트들도 면전에서 김구라의 태도를 대놓고 지적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1년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배우 김영호는 김구라가 자신을 '이 사람'이라고 지칭하자 발끈하며 방송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은 2014년 <라디오스타>에서 "나보고 형님이라면서 반말과 삿대질을 하냐"며 뼈있는 농담을 남겼다. 그룹 god 출신 박준형은 <세바퀴>와 <라디오스타>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과거를 거론하며 도발하는 김구라에게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나마 이들은 김구라보다 나이, 경력이 많아 직설적인 대응이 가능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드물게 김구라보다 나이가 어리고 후배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한 사례도 있다. 희극인 이용진은 2018년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가 평소처럼 삿대질을 하면서 나이를 질문하는 김구라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그 손가락처럼 한 살 차이다"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와 여러 차례 예능에서 호흡을 맞췄던 가수 솔비는 "김구라와 방송하면 욕을 많이 먹는다. 여자 김구라라는 말도 듣기 싫다" 등 여러 차례 김구라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독설로 맞받아쳐 '사이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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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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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구라에 재치있게 대적할 수 있는 인물도 드문 데다가, 방송계에서 어느덧 대선배가 된 김구라에게 맞대응하는 것은 대부분의 출연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심지어 김구라의 친아들인 김동현(그리)도 부자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 태도를 개선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방송에서의 이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2일 <라디오스타>만 해도 김연경이라는 스포츠 스타가 출연하면서 평소보다 대중의 관심이 더 높아졌고, 자연히 평소와 다를 게 없었던 김구라의 언행에도 더 민감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정작 방송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시청자들도 이제는 김구라의 짓궂은 모습조차 고유한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김구라는 공격적이고 시니컬한 언행으로, 인간의 말초적 본능과 욕망을 숨기지 않는 속물성을 주 무기로 삼는 독특한 유형의 방송인이다. 비주류에 가까운 스타일이지만 주류 MC로 자리잡은 인물은 현재 김구라 한 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질문과 독설을 대신 날려준다는 면에서 김구라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대중이 김구라를 방송 캐릭터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타인의 약점이나 아픈 곳을 아무렇게 않게 들쑤시고, 상대의 말을 끊거나 평가하듯 내려다보는 김구라의 무례한 언행을 초기부터 불편하게 여기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게스트들에 대한 상습적인 반말과 삿대질, 등 돌리기는 습관과 매너의 문제에 더 가깝다. 이외에도 김구라는 아이돌 출신 여자 연예인에게 애교를 강요하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동료 방송인들이 이뤄낸 성과를 자신의 잣대로 폄하하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바로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상대의 빈틈을 공격하는' 김구라의 스타일상 언제든 공감대를 잃었을 때는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오는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중은 '자연인 김구라'와 '방송인 김구라'의 모습을 별개의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김구라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십중팔구 그의 과거 행적에서부터 누적된 '인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김구라는 이제 더이상 인터넷 방송을 전전하며 연예인들을 조롱하고 인신공격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었던 비주류 방송인이 아니다. 언어의 수위는 낮아졌을지 몰라도, 이제는 출연자가 면전에서 김구라의 기준에 맞는 품평을 당하고 있다. 또 그의 언행이 이렇게 화제를 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김구라가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권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자극적인 캐릭터는 인기를 얻기 쉽지만, 무너지기도 쉽다. 김구라와 비슷하게 거친 입담이나 남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몇몇 방송인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비호감으로 전락하며 사라졌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태도와 언행이 시청자나 게스트 누군가에게는 웃음보다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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