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삼성전자 어쩌나…백악관, 반도체 기밀정보 제출 강제검토 나섰다

댓글 1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게 45일 내로 재고, 주문, 판매 정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반도체 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냉전시대 군수조달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강제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산업 전반의 반도체 부족 사태 원인을 파악하려는 취지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민간기업 내부 거래정보까지 일일이 수집하려고 압박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이날 반도체와 자동차업계 관계자를 화상으로 소집해서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애플, 글로벌파운드리스, 마이크론, 마이크로소프트(MS), GM, 포드, 스텔란티스, 다임러, BMW 등이 참석했다. 반도체 대책 회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온라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반도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반적인 공급망에서의 투명성과 신뢰를 향상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반도체 부족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상무부가 기업들에게 재고와 판매 등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45일 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과도하게 반도체를 비축하는 사재기를 차단하고 공급망에서의 병목현상을 완화하려는 방안이다. 현재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라 수시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가전업체들도 반도체를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해 제품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부족사태 해결을 위해 "이제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가야할 때"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생산 차질이 수 천명의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내부 거래 자료제출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러몬도 장관은 "기업들이 반도체 정보를 제공하면 공급망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며 "병목현상 부분을 파악하고 문제를 예측해서 공급망 투명성을 높여나가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기업들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다른 도구를 공구 상자에 담아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전쟁 시절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마련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반도체 업계에도 정보제출을 강제하는 여지를 열어뒀다고 전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지난해 코로나 19 백신 제조를 위해 동원된 바 있다.

기업들은 난처한 상태이다. 반도체 재고, 판매 정보는 핵심 영업비밀에 해당된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제품인 메모리반도체는 올해 3분기 정점으로 해서 4분기부터 오히려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공급부족을 하소연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비메모리반도체이다.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생산기지에서 반도체 생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까지 반도체 부족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러몬도 장관은 "현실적으로 빠르고 쉽게 고칠 수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급법안은 미국 하원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