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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아직 종전선언할 때 아니다"…냉랭한 북한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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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다시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틀만입니다.

북한은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며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남아있고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종잇장, 허상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종전선언이 현 시점에서 한반도 정세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종전선언은 15년 전부터 시작된 개념



종전선언은 서류상으로는 아직도 전쟁상태에 놓여있는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자는 개념입니다. 1950년 6.25 전쟁은 19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중단됐지만, 휴전은 전쟁을 잠시 멈추는 것일 뿐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는 서류상으로는 아직도 전쟁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전쟁인 셈입니다. 이렇게 전쟁상태에 놓여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고 평화협정 체결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 종전선언 추진의 취지입니다.

종전선언 개념은 2006년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서 처음 제기됐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합의문(10.4 선언)에도 명시됐습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2007년 10.4 선언)


여기서 3자는 남북미, 4자는 남북미중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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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합의문인 '판문점선언'에도 종전선언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2018년 판문점 선언)


2018년 판문점선언이 마련될 당시만 해도 북한은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었습니다. 합의문에서 보듯 2018년 안에 종전을 선언하기로 남한과 합의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2018년 하반기로 들어가면서 종전선언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북, 종전선언 관심 가지다 관심 돌려



당시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 특히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며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까지 밝혔습니다. 한미동맹에 아무 지장이 없고 주한미군 철수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통해 협상용으로라도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할 생각이었던 북한에게는 우리 정부의 이런 언급들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종전선언을 해도 상징적 의미 외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북한이 구태여 이를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미국이 종전선언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중의 하나로 보는 상황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목맬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10월 2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북한은 "종전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북한)의 비핵화조치와 바꾸어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북한)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시점을 전후해 북한의 무게중심은 종전선언에서 제재완화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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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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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추진 지금 시점에서는 어려워



북한이 오늘(24일) 외무성 부상 담화에서 종전선언이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히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한 것은 기존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아울러 미국을 상대로 한 국방력 강화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핵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종전선언은 다소 뜬금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저강도 수준의 도발을 하며 협상의 판을 깨지 않고 있는 것이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은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점에서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오늘 북한의 발표를 떠나 이미 기존의 북한 입장에서 북한 반응은 나와 있습니다. 주관적 의지를 떠나 객관적 상황을 냉정하게 보아야 합니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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