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전기차 정비할 줄 아시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필수 교수]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차' 바람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열풍에 울상을 짓는 곳이 있다. 바로 자동차 정비업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설계ㆍ부품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정비를 하기 위해선 전기차에 특화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정비업계는 그만한 정비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비업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비 분야에서의 미래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더스쿠프

친환경차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자동차 정비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차ㆍ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자동차 산업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중 자동차 정비 산업은 기존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할 위험에 처해있다. 전기차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의 설계구조, 부품 등이 워낙 달라서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량이 부쩍 증가하면서 일선 정비소를 향한 소비자의 불편 사항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정비업계가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흘러오다 보니 전기차의 고장 원인을 아예 찾지 못하거나 전기차에 최적화한 기술이 없어 수리를 못 하는 일들이 빈번해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정비업에 종사하는 인력만 2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정비업계가 미래차 중심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량 실직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비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정비업계가 도태가 아닌 '생존'의 길로 나아가려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ㆍ고성능 센서ㆍ빅데이터 등 최첨단 IT기술이 필요한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정비 분야의 인력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문제는 미래차 전문인력을 양성할 만한 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적 영역에서 자동차 정비인력을 배출했던 대학들조차 미래차 준비가 미흡하다.

최근 '미래자동차공학과' '미래모빌리티학과' 등 학과명을 바꾸는 대학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무늬만 미래형일 뿐 내실은 없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교수는 기존 내연기관차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어 미래차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하다.

더 심각한 건 지금부터 미래차 인력 양성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교과과정 개편이나 교재 마련에만 1년 이상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를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도 학습과 연구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과과정의 설계와 교재 제작에 돌입했지만 언제부터 본격적인 미래차 교육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일선 정비소는 물론 자동차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대학에 풍부한 예산을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대학은 대학대로 설계ㆍ부품ㆍ소프트웨어를 융합한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그에 맞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인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미래차 교육에 발동을 거는 만큼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전기차 보급 속도와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국내 자동차 정비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서둘러 새로운 교육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때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더스쿠프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