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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고소득 꿈꾸던 청년...IT물류로 현대차·네이버와 ‘부릉부릉’ [피플 & 스토리-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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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대 단말기들고 ‘콜’ 잡는 배달기사보며

열악하고 답답한 물류시스템에 창업 꿈꿔

IT기술 기반 종합 물류 플랫폼 구축 성공

오토바이배달 물류 브랜드 ‘부릉’도 운영

설립 8년 만에 연매출 5000억원 전망

GS홈쇼핑 등 주요투자자로 나서 주목

“온라인에선 상위 1%가 매출 99% 지배...

물류기술·데이터로 자영업자 문제 풀것”

헤럴드경제

유통물류 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IT기업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쉬코리아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의 약력은 대학 졸업과 창업 뿐이다. ‘사회의 쓰임을 받는 일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당부에 따라 스물 여덟 젊은 나이에 직접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물류 업계에 뿌리깊게 박힌 불합리한 시스템을 바꿔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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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 꿈은 월스트리트에서 여러 대의 모니터를 띄워 놓고 투자 모델을 만들거나 금융 시장을 예측하는 퀀트(quant)였습니다. 즉 돈을 많이 벌고 싶었죠.”



삼성 계열사 임원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밑에서 자란 청년은 20대 중반 넘어서도 안정적이고 탄탄한 미래를 예상했다. 부모님 타이틀만 봐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을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고, 실제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재정경제학을 전공하며 월가 고소득 연봉 꿈도 실현되는 듯 했다.

이랬던 그에게 아버지 죽음이라는 뜻하지 않은 시련이 닥쳤고 한순간에 그의 인생도 달라졌다. 암투병하던 아버지를 돌보며 병원에서 3개월 가량 살다시피 하면서 퀀트의 꿈은 접었다. 대신 병원을 드나들던 퀵 기사들을 보며 일종의 ‘계시’를 받았다.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무작정 콜(주문)을 기다리던 기사들의 업무 환경을 바꿔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경상도 아버지의 ‘사회에 보탬이 되달라’던 묵직한 유언도 그를 움직였다.

IT물류 기업 메쉬코리아는 이렇게 탄생했고, 설립 8년 만에 연매출 약 5000억원을 노리는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네이버, GS홈쇼핑 등이 주요 투자자로 나서며 메쉬코리아는 물류 업계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정범(40) 대표가 이끄는 메쉬코리아는 유통물류 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고 있다. KT·GS25·버거킹 등을 고객사로 둔 국내 1위 실시간 배송 서비스부터 쓱닷컴(SSG.COM) 등의 전담 배송, 공급망 컨설팅까지 IT기반 종합 물류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달 오토바이 ‘부릉’도 메쉬코리아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다.

유 대표는 2013년 1월 메쉬코리아를 설립하며 창업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달성한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훨씬 많다고 밝혔다. 유 대표가 몸담은 물류 업계는 뜯어 고쳐야 할 불합리한 문제들이 산적했고 이를 IT 시스템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대학 시절 꿈꿨던 고소득의 주식 트레이더 꿈이 아니라 혹독한 물류 현장에 발을 들인 계기는 유 대표가 28살이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자라났다. 유 대표는 “아버지는 대기업을 거쳐 의류 사업을 운영하셨는데, 사업 목적이 단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이 ‘아버지처럼 돼라’며 내 손을 꼭 잡더라. 사회나 주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전혀 없던 나로선 생각이 많아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례식장에 함께 밤을 새워주러 왔던 SAT 과외 제자들, 병역특례 후배들에게 곱씹던 고민을 털어놨다”며 “그 때 눈에 밟혔던 것이 근조화환을 나르며 장례식장을 오가는 배달부들이었다. 열악한 프로그램이 깔린 단말기를 7~8개씩 들고서 ‘남들보다 콜을 먼저 잡아야 한다’며 하염없이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는 “그들을 위해 시스템적으로 바꿔볼 수 있는 구상을 하기 시작했고 창업을 통해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당시 이 같은 구상에 공감한 후배들이 메쉬코리아 창업 멤버”라고 소개했다. 실제 이들은 메쉬코리아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주요 역할을 하면서 IT 기술 기반을 책임지고 있다.

유 대표는 기사들이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IT 기술력을 갖추는 것부터 우선 집중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단순히 지역 배달대행 지점들에 ‘운송수단 몇 대 갖고 있느냐’를 물어본 뒤 이들에게 효율적으로 일감을 배정하는 시스템에 주력해 왔다. 반대로 메쉬코리아는 지역별 배송 수요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고민하고, 이를 통해 화주들로부터 일감을 따와 기사들에게 제시했다.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운송수단을 소유한 사람, 실제 운송하는 사람, 이 둘을 연결해주고 돈 받는 사람 등 모두 따로따로 움직이는 구조 탓이다. 차주에게 돈을 빌려주는 금융의 역할까지 껴있다. 기술력 하나만으로 생태계를 바꿔내겠다고 외치다가 모진 소리도 들었다. 기사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고, 투자자들도 시장만 개척하고 망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기회는 유통 업계의 온라인 전환이 본격화되던 2017년 찾아왔다. 당시 매출 300억원을 기록한 뒤로는 매년 2배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564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47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잠재력에 네이버(18.6%), GS홈쇼핑(18.5%), 현대차(8.9%) 등의 대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유 대표와 창업 임원 3인의 지분율은 약 25%에 달한다.

유 대표는 각종 교통사고 등 이륜차 기사들의 애로사항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기사들이 크게 다치면 3개월은 쉬어야 하고, 병상에서도 오토바이 빌린 비용은 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한 번 다치고 나면 다시는 배달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이륜차 부문에서는 이익에 집착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매일 출근하는 약 5000명의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재해보험료를 전액 지원했고, 올해는 지원 범위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유 대표는 “돈 벌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수익성은 비교적 위험이 적은 사륜차 사업에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서는 유 대표의 뚜렷한 소신에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유 대표는 “주변의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얘기해보면 나는 주주와의 관계를 잘 운영하지 못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소수만 남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 때문에 주주들에게도 강경한 태도가 전해졌을 것”이라며 “세간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는 모습에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 고집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달 기사를 보며 창업을 결심했던 유 대표의 다음 시선은 자영업자로 향해 있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통 산업의 온라인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도태된 이들이 너무 많다. 외식업 자영업자의 40%가 폐업했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라며 “대다수의 플랫폼은 이미 자본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바일 화면 위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노출된 목록 상위 20개 안에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내 정성이 얼마나 들어가고 물건이 얼마나 좋든 안 팔린다. 오프라인에선 상위 20%가 상위 80%를 지배한다면, 온라인에선 상위 1%가 99%를 지배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메쉬코리아의 또 다른 10년 목표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보자는 것이다. 셀러들이 오프라인에서 갖춰 놓았던 브랜딩 파워가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물류 기술과 데이터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유 대표는 “그간 메쉬코리아가 축적해온 물류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SAT시험을 가르쳤던 후배들이 그의 고민을 함께 하며 지금의 창업 멤버가 된 것처럼 유 대표는 같은 보람을 추구하는 인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메쉬코리아에는 일 자체에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이 합류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힘들 때 함께 견딜 수 있다”며 “개인적인 삶의 목표가 메쉬코리아를 통해 산업의 체질을 바꿔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스트마일 물류(문전 배송)가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배달과 배송이라는 직업이 사람의 생애주기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며 “다단계 구조 속에서 누구 하나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물류 기사들과 판매자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걸 해내야 내야 비로소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전했다.

정태일·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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