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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北, 종전선언 조건부 거부...“상징성 있지만, 종잇장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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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제안 이틀 만에 반응

“美 적대시 정책 철회가 최우선”

美 담당부상 내세운 대미 메시지

블링컨 “北 등 아주 중요한 현안”

헤럴드경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대통령전용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관련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에 들어가자는 정치적 선언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과 아무 관계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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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라며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리 부상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올해 2월과 8월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와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한국과 일본으로의 무기 수출, 그리고 호주 핵잠수함 기술 이전 등을 열거했다. 최근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서도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를 ‘도발’로 매도하고 미국의 군비증강은 ‘억지력 화보’로 미화한다며 이 역시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리 부상은 계속해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속에 종잇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철회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다”고 밝혔다. 또 “종전선언이 현시점에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이중 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회는 조선반도정세 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라고 강조했다.

리 부상은 다만 종전선언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고, 향후 평화체제로 나가는 과정에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며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결국 종전선언 자체에 대해 반대하거나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은 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의 미국담당인 리 부상을 내세운 것은 다분히 미국을 향한 메시지다. 북한이 문 대통령 제안 이틀 만에, 그리고 미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무반응으로 일관할 수도 있었는데 일단 반응을 보인 것은 나쁜 신호는 아니다”며 “미국이 정책을 바꾸면 응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향후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대통령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최근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는 유지한다며 미국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 속 여러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대북 관여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다자주의 외교 노력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리비아와 미얀마, 이란 핵 프로그램, 북한, 시리아와 같은 아주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관여할 기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협상과 대면외교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신대원·박병국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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