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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내 주식이 은퇴 앞둔 챔피언?” 투자자가 피해야 할 3大 늪 [행복한 노후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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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헝다 파산,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번 추석 연휴 내내 세계 시장에서 날아오는 뉴스 때문에 불안하셨나요? 그렇다면 지금 냉정히 본인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지인 추천으로 매수했으면서 ‘버티면 무조건 오른다’라는 맹신을 갖고 있진 않으신가요? 유리 멘탈이면서 과도하게 빚을 내서 투자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주식 시장은 햇볕이 쨍쨍하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등 참 변덕스럽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사춘기 소녀처럼 변덕이 더 심해져서 종잡을 수 없어졌네요. 변덕 증시에서 부화뇌동하지 않고 인내심 있게 버텨서 수익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의 주식투자 스테디셀러인 존 트레인의 머니 마스터즈(한국판 제목은 대가들의 주식 투자법)를 토대로 주식시장에서 꼭 피해야 할 3가지 늪을 소개합니다.

조선일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3일(현지시각) 조만간 테이퍼링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은 내년 중반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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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매력주(glamour stock)의 늪

매력주는 투자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사랑을 받아 가격이 비싸게 오른 주식을 말한다. 매력주를 보면 당장 올라타야만 할 것 같아서 조바심 내기 쉽지만, 이미 가격이 올라있기 때문에 큰 수익을 내긴 어렵다. 주식으로 고수익을 얻으려면 해당 주식이 실제 가치 이상으로 고평가 받는 분위기가 사라질 때까지 매수를 보류해야 한다.

특히 성장주라는 애칭이 붙은 주식은 실제로 그만큼 가격이 올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급성장하긴 쉽지 않다. 은퇴를 앞둔 챔피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성장주라는 건 이름뿐일 뿐, 전성기는 지났을 확률이 높다.

단기 급등주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주가가 짧은 기간 내에 급등한 경우, 매수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비켜나 있는 게 좋다. 존 트레인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숨어 있는 유망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쓸모없는 주식을 매수하다니 어리석네, 1년은 주가가 그대로일 거야’라며 가치 없다고 비웃는 종목들이다.

하지만 유망주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된다. 우량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최근 모회사(SK E&S)가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한 부산가스가 대표적이다. 주가는 6만원에서 8만4300원까지 단숨에 올랐고, 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며 매수한 장기 투자자들은 큰 돈을 벌었다.

조선일보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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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스토리 주식(story stock)의 늪

최근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던 중국의 헝다그룹. 헝다그룹은 부동산 개발 업체가 중심축이지만, 근사한 스토리를 만들어서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전기차 제조업체인 헝다뉴에너지자동차 얘기다. 한국에서 직원들도 많이 뽑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헝다전기차는 전기차 출시 계획만 세웠고 제대로 된 전기차는 한 대도 만들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시가총액이 97조원까지 치솟았다(참고로 현대차 시총 약 45조원).

하지만 블룸버그 등 외신 중심으로 거품 논란이 불거졌고 주가가 급락하더니 23일 기준 시가총액은 4조원에 불과하다. 헝다전기차는 회사 상태는 스타트업이었는데,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으로 포장되면서 시총이 세계 탑급으로 커진 것이다.

조선일보

쉬자인 헝다 회장은 지난 2019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향후 3~5년 안에 헝츠를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기업으로 키우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21년에 첫 양산차를 공개하고 시험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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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주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존 트레인은 투자자 스스로 스토리 주식을 좇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증권사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에 자신이 매수하려는 종목을 강력 추천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런 보고서가 전혀 없다면 아직은 흙 속의 진주 상태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또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문 펀드가 등장한다거나 혹은 기업들이 그 분야에 신규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해서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뛰었다면, 이미 그 업종 주식은 투기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거품이 빠진다. 요즘은 메타버스, 탄소중립 등의 테마를 내세운 펀드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③동물원 계좌(zoo portfolio)의 늪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고...” 하나씩 야금 야금 종목을 매수하다가 문득 정신 차리고 계좌에 있는 종목수를 세어 보니 30개. 내키는 대로 묻지마식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은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아니라, 동물원 투자 혹은 잡동사니 수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수십개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왜 나쁘냐고? 다음과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지난 2018~2020년 3년간 상장 종목 중 무작위로 투자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최소 1종목에서 최대 29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10~15종목을 보유할 때 분산투자 관련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자세한 뉴스는 여기에서. 조선닷컴에서만 실행됩니다). 아무리 분산 투자가 좋다고 해도 종목 수가 2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곤란하다. 종목 수가 많으면 호재나 악재 등에 대한 대응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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