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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외딴섬 한국야구, 점점 더 좁아지는 KBO 스트라이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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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 7월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미국의 경기. 양의지(오른쪽)가 풀카운트에서 볼로 생각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아쉬워하고 있다. 요코하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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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대로라면 도쿄 올림픽 고전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앞으로 국제대회가 꾸준히 진행되는데 한국만 외딴섬에서 야구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트라이크존을 고집한 채 점점 고립되고 있는 한국 야구다.

이제는 모두가 문제점을 인식했다. 이정후, 양의지, 강백호와 같은 KBO리그 최고 타자들이 수차례 도쿄 올림픽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 판정에 고개를 흔들면서 궁지에 몰렸다. KBO리그에서는 분명 볼판정을 받았을 공들이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맥없이 물러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들은 올림픽을 마친 후 다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이정후는 후반기 타율 0.433으로 타격왕에 도전 중이다. 올림픽에서 타율 0.136으로 고전했던 양의지도 후반기 타율 0.309로 정상궤도에 올랐다. 강백호가 9월 들어 주춤하고 있으나 8월 타율은 0.318로 올림픽(0.308)보다 높았다. 8월말 KT 이강철 감독은 “백호와 얘기해보니 올림픽에서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 다만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너무 힘들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익숙한 존에서 타격하면서 편안한게 타석에 서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국제대회가 올림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이듬해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며 2023년 3월에는 WBC가 진행된다. 국제대회는 물론 메이저리그(ML), 일본프로야구보다 작은 스트라이크존을 고수했다가는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좀 더 넓게 보고, 적극적으로 타격해라’와 같은 주문은 어불성설이다. 수백 수천 타석이 누적되면서 형성된 스트라이크존을 타자가 갑자기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홈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WBC에서도 한국 타자들은 KBO리그보다 위아래로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당황하며 무너졌다. 그래도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두고 흔들리는 모습은 적었다. 미국에서 뛰다가 2018년 나란히 KBO리그로 복귀한 김현수와 황재균 또한 “일반적으로 ML는 위아래가 넓고, 한국은 좌우가 넓다. 몸쪽 공이 특히 그렇다. 한국에 돌아왔으니 적응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트라이크존의 차이를 적응문제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고 있다. 원래 작았던 위아래 구간은 물론 좌우 또한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이다. 전세계가 같은 크기의 홈플레이트를 사용하는데 홈플레이트 전면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스트라이크존 좌우가 KBO리그만 특별히 더 작아졌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KBO리그 심판 입장에서 높은 고과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존을 좁게 설정하는 게 유리하다. 홈플레이트 좌우를 스쳐지나가는 애매한 투구보다 뚜렷하게 지나가는 투구에 스트라이크콜을 해야 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쉽다. 일관성은 곧 높은 점수로 이어진다. 최근 지속적으로 심판진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데 연차가 적은 심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좁다.

그렇다고 마냥 외딴섬 야구를 이어갈 수는 없다. 유난히 좁은 스트라이크존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지체시키는 것은 물론 타자들의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올시즌 유독 많이 쏟아져 나오는 볼넷도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해설자들이 스트라이크존의 정상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 또한 시즌 후 이 문제를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KBO 관계자는 “스트라이크존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당장 큰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존을 수정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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