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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당국, 지방정부들에 헝다 파산 후폭풍 대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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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의 광둥선 선전 본사 앞에 23일 공안과 경비원들이 배치돼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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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각 지방정부에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에 대비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헝다 구제에 나서기 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출에 의지해 부동산 사업 등을 벌여온 헝다는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WSJ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들은 당국으로부터 헝다의 몰락이 각 지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완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를 위해 각 지방 정부는 회계사, 법률 전문가 등이 포함된 자문단을 구성해 각 지역에서 헝다의 재정 내역을 조사하는 한편, 지방 국유 및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함께 헝다의 지역 부동산 사업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헝다 사태로 야기될 대중들의 분노와 시위 등 사회적 파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별도 사법팀 구성도 지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기준 헝다가 진행 중인 80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 중 500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구매자들에게 돈을 받고 아직 짓지 못한 주택만 수십만채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들이 당장 헝다 사태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방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들은 헝다그룹이 채무 상환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최후에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 당국이 헝다에 자구 노력을 멈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 경영진을 불러 충실히 채무를 이행하고 진행 중인 사업을 완성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은 22일 밤 회사 임원 등 4000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순조롭게 부동산을 인도하는 것은 회사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은 헝다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22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했지만 “경제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거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겠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으로 헝다 사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외신들은 헝다의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도 이로 인한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헝다의 은행 대출 규모가 중국 전체 은행 대출 총액의 0.3%에도 못 미쳐 수습이 가능한 수준이고, 헝다의 총부채 1조 9500억 위안(약 355조원)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달러 채권 규모는 200억 달러(약 24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최대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자인 헝다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으로 중국 경제와 심하게 얽혀 있어 전 산업 분야에 ‘연쇄 디폴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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