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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무원 재해보상법 제정 3년,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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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

이데일리

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


[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 지난 7월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을 주제로 다룬 영화 ‘워스(What is life worth)’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 기준 등을 설계한 협상 전문 미국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24개월 안에 대상자의 80% 이상의 동의 서명을 받아야 73억 달러의 기금 운용을 할 수 있었다. 기간 내에 서명을 받지 못할 경우, 기금은 폐지되고 피해자와 유족은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파인버그는 피해자의 연봉, 부양가족 유무 등 경제적 가치 손실을 고려해 객관적 지표로서의 보상금 지급 기준을 만들게 된다.

파인버그는 임기 초기 언론과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경청과 공감의 결여’가 가장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었다. 파인버그는 피해자와 유족 이야기를 듣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객관적인’ 유족의 범위, 보상금 지급 기준 등을 수립하고, 그것을 ‘이성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며 피해자와 유족이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파인버그는 경청과 공감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 셋을 둔 순직 소방관 아내와의 대화, 유족 대표와의 소통 등에 주력했다. 파인버그는 보상금 지급 시기를 당기는 등의 노력을 통해 결국 95% 이상의 동의 서명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영화 ‘워스’와 같이 모든 제도는 경청과 공감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된다. 공무원 재해보상제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9월 시행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3주년을 맞이했다. 법 제정 당시 현장 공무원의 근무상황을 반영해 위험 제거를 위한 생활안전 활동, 실전 대비 실습 훈련 등 위험직무순직 요건을 확대했다. 또한 재직기간별 유족연금의 차등지급률을 없애고 유족가산금을 새로 도입함으로써 유족 생활을 두텁게 보장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공상 공무원이 직무 복귀 시 본인의 의사를 반영해 보직을 부여할 수 있는 희망보직제와 필수보직기간 이내라도 직무를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올 6월에는 양육책임을 불이행한 유족에 대해 순직유족급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급여 수급자 간 형평성을 제고했다.

지난 3년간 인사혁신처는 공상 공무원에 대한 적합한 보상과 유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이와 더불어 재해예방·재활 및 직무 복귀 지원 서비스의 제도적 기반도 구축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공무와 재해 간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공상 공무원이 생겨나고 있다. 공상 공무원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경청에 기반한 현장 조사, 전문성에 기반한 특수질병 전문 조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공상 인정 기준을 보다 더 체계화해 공상 심의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공상 공무원의 재활 및 직무 복귀를 위해 도입된 희망보직제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특히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마음도 많이 지쳐가고 있다. 인사처에서 운영 중인 마음건강센터의 이용 인원이 지난해 연간 2만명에서 올 상반기에만 1만7000명으로 늘어난 것도 일례로 볼 수 있다. 재해예방 차원에서 공무원의 마음에도 건강검진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앞서 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예방-보상-재활’ 선순환 프로세스가 더욱 더 단단해지길 기대해본다. 다만 첫 시작은 합리적인 제도 설계에 앞서 파인버그의 달라진 마음가짐처럼 공상 공무원과 유족 삶의 연못에 기꺼이 뛰어들고자 하는 자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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