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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노숙인·환자·어린이…사회적 약자들이 최대의 피해자 [기후위기 최전선 n개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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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늘 ‘글로벌 기후파업’의날 맞아
활동가·의사 등 이야기 연재 시작

경향신문

서울 영등포구의 쪽방촌.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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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극한 폭염이 닥치면 누군가는 에어컨을 틀지만, 누군가는 쪽방에서 온열질환에 걸린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감염병이 사회를 뒤덮었을 때, 가장 먼저 집단 감염된 이들은 밀집된 공간에서 열악하게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모든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도 그렇다.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의 공통된 위험이지만, 최전선에는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이 서 있다.

경향신문은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24일 글로벌 기후파업과 25일 기후 집중행동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최전선, n개의 목소리’ 연재를 시작한다. 반 빈곤운동을 하는 활동가, 코로나19 전담병동에서 일하는 의사, 초등학교 교사, 대중교통 시민활동가, 여성, 청소년 등 11명의 다양한 주체들은 각자의 최전선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왔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연휴 직후인 23일 서울 중구 탄소중립위원회 건물 앞에서 ‘탄소중립위 해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지난달 탄소중립위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만적”이며, 녹색성장과 같은 경기부양책으로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했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하는 그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가 활동하는 빈곤사회연대는 쪽방 등 취약한 주거환경에 사는 이들을 돕는다. 그가 보기에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이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주거정책으로 ‘그린 리모델링’ 등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현실과의 괴리를 느꼈다. “(정책적으로) 집은 ‘안전한 공간’으로 주로 표현되는데, 쪽방 등에 거주하거나 집 자체가 없거나 공공시설에 거처를 마련할 수 밖에 없는 노숙인들에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의 ‘전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리모델링한 집, 재생에너지를 쓰는 건물에 누가 살게 될 지, 오히려 그 과정에서 더 밀려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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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의료진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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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이서영씨는 올해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일하게 됐다. ‘병을 고쳐주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지만, 팬데믹 속 만성적 포화상태인 공공병원을 볼 때면 의학이 무력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반복될 것으로 본다. 이씨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들 중에서도 기후위기는 총체적으로 사회의 모든 약한 고리들을 연결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외에 돌봄노동과 같은 사회보장 영역에 사회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제의 초등학교 교감인 변영호씨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초등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변씨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하는데, 지금 열 살인 아이들은 40년 뒤에도 한창 사회생활을 할 나이다.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사회의 지속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기후위기”라고 했다. 현행 2015 교육과정에는 기후위기가 다뤄지지 않았다. 그는 “2024년부터 시행되는 2022 교육과정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내용이 전폭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공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 일하는 단체는 개별 교통수단에 대한 정책제안을 하는 곳이다. 기후위기는 개별 교통수단의 효율성 뿐 아니라 거기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여가면서 평범한 시민들의 이동권까지 보장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운전면허가 없는 그는 “기후위기 대응은 이미 우리가 익숙한 생활 양식을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전기차로 바꾼다고 이미 발생한 탄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얼마나 빨리 탄소 배출을 멈추느냐의 문제인데, 그 어떤 영역보다 교통 영역이 빠르게 탄소배출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기획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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