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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오징어게임에 참여할게요' 연락만 2000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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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류원혜 기자]
머니투데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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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에 나온 휴대폰 번호나 비슷한 번호를 가진 사람들이 잇달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화를 해서 "오징어게임에 참여하겠다"고 이야기하거나 욕을 하고 그냥 전화를 끊는 등 하루에 수천통의 연락이 와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하루도 안돼 2000건이 넘는 전화·문자....일상생활 마비 "전화해서 욕설"

피해자 A씨는 지난 23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22일 오후6시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2000건이 넘는 전화와 문자가 왔다"며 "지금 기자와 통화하는 중에도 계속 전화가 오고 있다"며 울먹였다.

자영업자인 A씨는 밤새 전화와 문자 연락에 시달리다 겨우 두 시간을 자고 출근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영업중에도 계속 연락이 온다"고 했다.

전화한 사람들은 주로 "오징어게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거나 '이 번호는 오징어게임이 아니다'는 A씨의 말에 "x새끼야"라고 욕을 한 뒤 전화를 끊는다고 했다. A씨는 "특히 어린 학생들이 전화를 많이 해서 장난을 친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1 1화에는 주인공인 기훈(이정재 분)이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받은 명함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고, 이후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온다. 명함에는 '010'을 제외한 총 8자리 숫자가 쓰여 있다.

이 명함과 번호는 2화에서도 나온다. 서바이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기훈이 경찰관에게 명함을 건네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명함에 있는 번호를 비춘다. 마지막화인 9화에서는 새로운 또다른 전화 번호가 등장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명함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해야 게임에 참여할 수가 있다.

하지만 더욱 황당한 건 A씨의 휴대번호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전화번호와 겨우 숫자 3개가 같을 뿐 일치하지 않는다. 한 누리꾼이 소셜플랫폼인 '틱톡'에 A씨의 휴대번호와 함께 "전화해봐라, 진짜 오징어게임이 맞다"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를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전화를 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그는 "20년 이상 사용해 온 휴대번호다. 장사 때문에 전화기를 꺼둘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제보자인 B씨는 "지난 17일부터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며 "다음 날 바로 넷플릭스에 문의했더니 100만원을 얘기하더라"고 주장했다. B씨의 휴대번호는 드라마에 나오는 번호와 유사하다.

이어 그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피해가 크다. 억울해서라도 100만원으로는 안 되겠다고 했다"며 "PD를 통해 다시 연락한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그러다가 머니투데이의 (피해자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손해배상 한도액까지 물어주고 끝내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게 300만원"이라며 "법률구조공단이랑 방송통신위원회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물어봤는데, 공익을 해쳤는지 여부 등을 따져야 해서 어렵다고 하더라. 소송보다는 원만하게 합의를 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드라마에 실제로 노출된 휴대전화 번호를 가진 피해자 C씨도 머니투데이에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24시간 문자와 전화가 쉴새없이 온다"며 "10년도 더 된 번호가 이리 되자 황당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까지 삭제한 전화번호만 4000개가 넘는다. 밤낮없이 호기심에 오는 연락에 휴대폰 배터리가 반나절이면 방전될 정도"라며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고 있다가 지인들이 '오징어 게임에 네 번호가 나온다'고 얘기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제작사도 전화한 사람도 제정신 아니다" 온라인서 비난 이어져

이들은 실시간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당장 구제책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10년에서 20년 이상 사용해온 휴대폰 번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고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드라마에서 번호를 확대해서 보여주길래 실제로 있는 번호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제작사가 정말 생각이 없다. (피해자는)꼭 손해배상을 받아라" "상식적이지 않다.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날 것 같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장난 전화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다. 한 누리꾼은 "제작사도 문제지만 전화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정말 할짓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비난했다.

임동찬 법무법인단 변호사는 "유통사와 제작사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로 보인다"며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드라마에 나오는 휴대번호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 요구와 유통사와 제작사를 상대로 번호 유출에 따른 정신적·실질적 피해에 관한 위자료 청구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통사인 넷플릭스 측은 이번 개인 휴대폰 번호 유출과 관련해 "현재 넷플릭스와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 모두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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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는 소셜플랫폼 '틱톡'에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번호라는 게시물이 올라간 이후 하루에 2000건이 넘는 전화와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틱톡에 올라간 게시물(왼쪽), A씨가 연락 온 사람과 주고 받은 문자(오른쪽)/사진제공=제보자A씨

배규민 기자 bkm@mt.co.kr,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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