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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사일언] 사과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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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사과가 불쌍해진다. 툭 하면 비교당한다. ‘구아바에 사과 속 비타민C의 60배가 들어있다’ ‘딸기 비타민C 함량이 사과의 10배다’ 하는 식이다. 심지어 대파에도 치인다. 대파 흰 줄기에 사과보다 5배 많은 비타민C가 들어 있단다. 하지만 부당한 비교다. 사과는 과일 중에서 비타민C 함량이 매우 낮은 편이다. 부사 생것 100g에 고작 1.4㎎ 들어 있다. 그렇다고 사과가 나쁜 과일은 전혀 아니다.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를 볼 일이 없다더니 이제 와서 사과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된단 말인가.

조선일보

일러스트=김도원


반대로 감자에는 칭찬 일색이다. 감자는 가열해도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저 손실이 덜 한 정도이다. 가열하면 일부는 파괴되고 일부는 물에 녹아 밖으로 새어 나간다. 감자 껍질을 안 벗기고 삶을 때는 비타민C 손실이 덜하다. 밖으로 녹아 빠져 나가는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매일 많은 양을 먹는 전분질 식품 중에서는 감자의 비타민C 함량이 제법 높은 편인 건 맞다. 삶은 수미감자 100g에 비타민C가 13.1㎎ 들어 있다. 굳이 사과와 비교하면 9배 많은 양이다. 감자 760g을 먹으면 하루 비타민C 권장 섭취량 100㎎을 다 채울 수 있다.

감자 말고 다른 음식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에 감자 속 비타민C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런 비교는 부질없다. 감자가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과일과 채소가 많다. 사과에 비타민C가 덜 들어 있다고 걱정할 이유도 없다. 사과에는 펙틴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배변 활동을 도와준다. 빈 속에 사과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픈 것도 이 때문이다. 먹을거리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먹으면 장단점은 상쇄되고 부족한 영양이 채워진다.

잡식동물인 사람에게 건강한 식사의 원칙은 간단하다.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과 매체에선 다르다. 냉장고에 토마토 하나만 채워두고 사는 사람 이야기가 더 화제성 있다. 애꿎은 사과를 예로 들어가며 비타민C 함량을 비교해야 다른 과일을 띄울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TV 건강 전문가 말보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배운 식사법이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

조선일보

정재훈 약사·'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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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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