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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신호등 연정’으로 16년만에 좌파가 집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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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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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 차기 총리에 가장장 근접한 인물로 꼽힌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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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총선을 앞둔 독일은 폭풍 전야 같은 분위기다.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일찌감치 퇴임을 예고한 가운데 좌파로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 메르켈이 이끄는 우파가 정권 유지에 성공할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한 달 사이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중도좌파 사민당이 1위로 나와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약간 더 높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우파 여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이 맹렬히 추격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어 막판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인사(INSA)가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25%의 지지율을 기록해 22%인 기민·기사당 연합을 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같은 조사에서 사민당 26%, 기민·기사당 연합 20.5%로 5.5%포인트 차이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줄었다. 같은 기간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포르사 조사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4%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미세하게 줄어 기민·기사당 연합이 맹렬히 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정당 다음으로는 여론조사마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녹색당이 15~16%, 중도 정당인 자유민주당 11~12%,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당(AfD) 10~11%, 극좌 성향 좌파당 6~7% 순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과반수 정당의 출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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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대로 사민당이 원내 1당이 되면 16년 만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독일 언론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사민당이 녹색당 및 자유민주당과 3자 연대로 연정(聯政)을 출범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 3개 정당의 연정은 당을 상징하는 색깔에 따라 신호등 연정이라고 부른다. 사민당이 빨강, 녹색당이 초록, 자유민주당이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신호등 연정이 출범하면 사민당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총리가 된다. 숄츠가 총리로 취임하면 독일은 메르켈 시대와는 달리 뚜렷한 좌향좌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숄츠는 현재 9.6유로(약 1만320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2유로(약 1만6500원)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增稅)도 약속했다. 숄츠는 “다시 사회민주주의자가 독일을 이끌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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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 기사당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지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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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내놓을 위기에 놓인 기민·기사당 연합은 메르켈 총리가 나서 지원하고 있다. 메르켈은 사민당이 원내 1당이 되면 좌파당과 연정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좌파 정권 등장을 꺼리는 우파 내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좌파당은 과거 동독 공산당의 후예들로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무기 수출 중단, 임대주택 공용화 등 급진적인 정책을 주장한다. 숄츠와 사민당은 좌파당과 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자르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좌파 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다.

과반수 정당이 나올 확률이 없기 때문에 총선을 실시해도 누가 총리가 되고 어떤 연정이 들어설지 곧바로 결정되지 않는다. 일단 정당별 의석만 확정될 뿐이다. 2017년 총선에서도 연정 협상이 지루하게 진행돼 새 정부 출범까지 4개월이 걸렸다. 이번 총선에서도 사민당이 원내 1당이 되더라도 연정 협상에 실패하면 기민·기사당이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등에 통 큰 양보를 하고 연정을 출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기민·기사당이 정권을 연장하면 당의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지사가 총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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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을 나흘 앞둔 22일(현지 시각)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수도 베를린의 총리 관저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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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의 연정이 출범하든 녹색당이 역대 최다 의석을 가지고 연정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내다본다. 녹색당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배어보크는 차기 정부에서 핵심 부처 장관을 맡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독일은 지금보다도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막판 대혼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부동층도 적지 않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은 유권자 10명 중 4명이 아직 투표할 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독일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차기 총리 후보들의 역량이 메르켈 총리에게 미치지 못해 실망하고 있거나 연정에 대한 복잡한 경우의 수에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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