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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공익 위해 무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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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가진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식량난 해결 용도로 공유하기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으며 생명공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떠오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자는 주장이 최근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파급력이 매우 큰 기술인 만큼 비상업적 목적의 교육·연구용으로 공유해 누구나 마음껏 쓰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 염기를 찾아가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어 향후 수조 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에 따르면 이달 초 네덜란드 바헤닝언대는 비영리 기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를 공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식품과 농업 분야에서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무료로 특허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바헤닝언대는 이번 조치로 중저소득 국가 연구자들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이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식량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직간접적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예를 들어 작물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도록 일부 유전자를 교정하면 식량난 해결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헤닝언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바이오기업 툴젠 등과 함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를 보유한 세계적인 연구기관 중 하나다.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USPTO)에 등록됐거나 출원 중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만 약 6000개에 이른다. 현재도 매월 200여 개가 추가되고 있으며 대부분 중국과 미국이 출원하거나 등록하고 있다. 기업이 아닌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 등록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특허에 영향을 줄 핵심 특허는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주요 특허를 보유한 대학과 기관들이 무료 공개 대열에 합류한다면 불필요한 특허 확보 경쟁이나 분쟁 없이 전 세계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연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특허 공개 운동에 나선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특허를 일시 면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 공개 움직임 역시 백신 특허 일시 면제 요구와 맥락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허가 수세기 동안 발명자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기업이 경쟁자의 기술 개발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는 상황이다.

네덜란드 대학병원협회는 앞서 2019년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특허와 라이선스’에 대한 10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학술 기관이 연구 결과를 연구나 교육용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 연구 결과가 사회에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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