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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전기료 '인상 같지 않은 인상'…한국전력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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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요금 인상 발표일, 한국전력 4%↑ 시작해 1%↓ 마감

"1분기 kwh당 3.0원 인하 되돌려 결과적으론 올해 동결"

환경 부담금, 독일 90.5원·한국 5.3원

"재생 에너지 방향성 분명하지만 투자는 달라" 조언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8년 만에 정부가 전기 요금을 인상했지만, 전력을 구매해 최종 소비자에 판매하는 한국전력(015760)의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1분기 요금 인하 폭만큼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론 동결인 셈이라는 계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연료비 연동제 기준으로는 상승한 원료값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탈탄소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비용부담이 지속될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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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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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전력은 지난 주말 대비 1.22% 하락한 2만4200원으로 마감했다. 개장초 4.08% 상승하기도 했지만 상승폭을 줄이더니 오후 1시30분을 넘기면서 하락반전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4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3.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의 인상이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요금을 kwh당 3.0원 인하했기 때문에 제자리로 돌린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했지만, 지난 2~3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악화를 이유로 요금 올리지 않았다. 이번 4분기가 돼서야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제도가 처음 실행된 것이다. 다만 분기당 올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은 kwh당 3.0원, 연간으론 5.0원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kwh당 7.37원의 추가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급등한 석탄가격, 유가, 환율 등이 실제 적용되는 내년 1분기엔 kwh당 20원 이상 추가적인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동절기 전력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와 석탄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한국전력의 비용도 더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3분기 톤(t)당 51.27달러에서 이번 3분기 150.07달러로 상승했다. SK증권과 로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100만BTU(열량단위)당 22.0달러를 기록, 올해 3월 5달러를 기록한 이후 4배 이상 상승했다. 전기 요금 인상은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전기 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린다 해도 당분간 원료비 상승분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환경 비용 증가도 한국전력엔 부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 발표할 때 전기요금에서 기후·환경요금이 차지하는 부분을 따로 떼어 표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해당 요금은 kwh당 5.3원으로 전체의 4.9% 수준이다. 올해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법(EEG)에 따른 부담금은 kwh당 6.5유로센트(약 90.5원)다. 당장 독일만큼 부담금이 폭증하진 않겠지만, 점차 상승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전력 주가는 반영할 수 있는 악재는 모두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환경 관련 부담금이 느는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과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지윤 KT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전이 기후환경 요금을 분리하고 연료비 연동제를 이번에 실제 적용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원료비 인상분을 정확하게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이번엔 유가 등 원료가 예기치 않게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실효성은 적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 에너지 전환 강화란 방향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피해 자산이든 수혜 자산이든 투자의 관점에선 인플레 헷지 차원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승에 베팅하는 것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국전력이 속한 코스피 전기가스업은 0.96% 하락 마감했다. 가스를 판매하는 한국가스공사(036460)의 경우 0.12% 하락 마감했다. 한국전력과 달리 이미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는 탓에 이번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한국전력과 같은 유틸리티 업종에 속한 탓에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으로 설명된다. 일반적으로 유가나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수혜를 보지만 한국전력은 피해를 본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한국가스공사는 32.95% 상승했지만, 한국전력은 10.0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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