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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전쟁 속 ‘방역 난민’ 급증…이제 사회적 백신이 필요하다 [이광석의 디지털 이후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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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위드 코로나’ 시작을 위한 제언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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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이리 오래, 그리고 질기게 인류에게 상흔을 남길 것이라 그 누가 쉽게 가늠이나 했을까. 예전의 다른 바이러스 재난처럼, 상황은 곧 정리될 것이라 대개들 믿었다. 하나 우린 ‘위드 코로나’라는 상시 방역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미래가 기다린다.

미주와 유럽 국가에서의 코로나19 충격에 비교하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방역을 수행해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미친 코로나19의 영향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우울에다 더 이상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미래 불안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코로나19를 수용하는 방식도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 초기 방역 국면에서 진단검사, 역학조사, 확진 의심자 동선 추적이 뉴스를 채우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격세지감이다. 신천지 교회 집단감염에 우리 사회 전체가 패닉에 빠지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하루 수천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기록되어도 많은 경우 사회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백신 공급이 큰 변곡점이 됐다. 순차적인 백신 접종이 사회심리적 안전 변수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앞으로 먹는 약까지 나오면 상황 인식은 더 달라질 것이다. 물론 아직 백신 빈국의 접종 소외는 여전하다. 더 강한 전파력을 지닌 변종 바이러스나 돌파감염 위험 요인까지 상존한다.

재난 장기화란 변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재난이 일상이 되고 초기 감염 공포에서 벗어나면서 대부분 심리적으로 단련이 된 듯싶다. 홈트(홈트레이닝) 등 비대면 실내 문화생활이 등장할 정도로 꽤 주어진 상황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우리 각자는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재난 상황에 슬기롭게 적응하려 하고, 그에 맞춰 삶의 방식을 재조정하며 어렵사리 몸을 운신하고 있다.

■방역 조급증 대 기술 효율성

코로나 팬데믹 선언한 지 1년 반
우리는 공존 감각을 잃은 채
점점 비대면 신기술에 집착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1년 반이 넘어가는 사이 우리 삶은 변화된 상황에 잘 적응한 듯싶지만 크게 우려되는 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방역 현실을 관찰해보면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한편으로 사회 타자와의 공존 감각을 잃고 있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 비대면 기술에 대한 사회의 집착이 커져간다는 것이다.

먼저 바이러스 재난 현실은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관계나 공존의 감각을 크게 떨어뜨렸다. 단계별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는 관계를 크게 위축했다. 방역 조급증은 이를 더 부채질했다. 방역 조급증이란 최대한 고통이나 피해 없이 빠르게 바이러스 방역 효과를 끌어올리려는 국가 분위기다. 아쉽게도 우리네 방역 체제는 처음부터 사람보단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주로 초점을 뒀다.

코로나 재난이 장기화할수록 방역 대책은 공공의료 지원 체제의 중요성과 함께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방역의 병참학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정부가 국민 보건에 집중하는 사이 사회 방역 지원책에 대한 명확한 위상을 세우지 못했다. 다시 말해 방역 활동 그 자체에 비해 코로나19 충격과 국가 단위 방역 시스템 구축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존의 희망을 잃은 약자에 대한 공적지원 체제를 돌보는 데는 소홀했다. 하루 벌어 근근이 먹고사는 대다수 서민의 상대적으로 위태로운 삶에 대한 대책이 지속 가능한 방역을 위한 필요조건임에도 정부의 사회안전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장기 지속되면서 그 영향이 필수노동자에서 자영업자로 이어져 마치 비수처럼 날아든다. 재난 상황은 생존의 가장 약한 고리에서 시작해 아래로부터 생존 기반을 허물어간다. 국가의 사회안전망 실종은 약자의 생존 붕괴에 가속페달을 단 듯하다. ‘방역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두드러졌던 전국 부동산과 물가 불안정의 가속화, 가계대출 비율의 고공 행진, 필수노동자의 반노동 인권 현실과 거듭되는 산재 상황, 자영업자의 파산과 자살, 방역 최전선인 공공의료진의 피로도 증가 및 지원책 미비, 코로나19 사태로 강제 해고된 노동자와 미취업 청년의 표류하는 생존권, 비체계적인 재난지원금 지급 등 무수히 많은 국가 방역의 위험 요소가 관찰된다. 재난 시대 생존과 직결된 시민 생활의 안전판 마련은 넓게 보면 국가 방역의 일부이다.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본질적 대비책은 없는 듯하다.

코로나19 국면이 2년차를 넘어가면서 전문가 대부분은 ‘위드 코로나’의 기조 변화를 읽는다. 이제 예전처럼 바이러스 확진 숫자와 이의 효율적 관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어렵더라도 국가 방역 기조에 열심히 동참하면서도 피해를 입거나 다치는 약자와 서민을 함께 돌보는 국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지금처럼 방역의 효율성만 따지면, 현실 사회의 방역 난민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잘 와닿지 않는다. ‘방역 정치’의 관점이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로 사회 기조를 바꾸려면 방역을 사회안전망과 더 긴밀히 연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방역의 성과로, 비교적 낮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치만 계산에 넣고 으스대선 곤란하다. 따지자면 사회적으로 ‘방역 난민’이 되어 비명횡사하거나 죽임당한 수많은 해고노동자, 청년, 자영업자, 실업자, 독거노인까지 코로나19 사망자 수치에 추가해 넣어야 한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방역 전선에서 열일 하듯, 바이러스 재난으로 악화된 사회 양극화와 약자의 고통을 막으려는 포용의 ‘사회안전 백신’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대면 테크놀로지의 일상화

확진 숫자에만 집중한 방역 정책
사회적 약자들 생존 기반 허물어
편리함에 가속화되는 비대면 기술
더욱 더 소외되는 미디어 약자들

또 다른 방역 일상의 변화는 비대면 기술의 안착이다. 무엇보다 신기술은 방역 효율을 높이는 기제로 줄곧 활용되고 있다. 건물 출입 시 QR코드를 찍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린 QR 정보 입력과 함께 개인 백신 접종 여부가 표시된 앱 화면을 목도하고 있다. 개인 신상 QR 정보에 이어 민감한 의료 정보 내력까지 함께 연동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공간 출입 제한 등 반인권 사례가 충분히 예상되는 기술 유형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대부분 무심하거나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QR 찍는 일이 일상의 기본값이 된 까닭이다. 그에 연동된 접종 정보쯤은 대수일까 싶은 것이다.

1년 반 넘게 ‘K방역’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종 추적 감시 기술과 인프라 도입이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정보인권 문제 제기나 사회적 논의는 드물다. 문제는 이들 방역 기술이 미래 어느 시점에 사라질지 기약이 없다는 데 있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우리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반영구적으로 착근될 확률이 높다.

우리 일상의 기술을 보자. 코로나19는 아예 물리적 회합과 모임 자체를 삭제하고 대신해 온라인 세계에 크게 의존하도록 한 상황이다. 대면 회의나 수업 대신 줌 등 화상회의나 스튜디오 촬영이 일상이 됐다. 강연이나 학회 행사도 이제 대부분 녹화 영상 기록으로 남겨 온라인 송출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디지털뉴딜’ 등 비대면 자동화 기술 개발과 산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술 정서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비대면 신기술에 대한 사회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물리적 사회 접촉과 소통이 어려우니 그 대안을 자연스레 비대면 기술에서 찾고 있다. 일단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자 소통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부분 몰두한다. ‘4차 산업혁명’에 이어 ‘메타버스’란 가상 아바타 세계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떠들썩하다. 디지털계와 물질계의 이 혼합현실에서 비대면 일상의 재구축을 도모하자는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주류 사회는 분주하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학교 등 물리적 대면 관계를 새롭게 갱신해야 할 곳조차 ‘메타버스’류의 가상공간에 터를 선점하기 위해 바쁘다.

코로나19 국면 속 우리 사회 비대면 기술의 적용 방식은 한마디로 과잉이자 잉여이다. 신기술 도입이 가져올 도구적 기능 말고는 사회적 소통 효과에 대한 진지한 논의 테이블 한번 없이 아주 쉽게 도입되어 쓰이고 있다. 재난이란 예외 상황으로 인해 방역 안전과 효율성 논리를 앞세운 신기술 도입에 별반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그렇게 비대면 신기술 도입과 진화 방식은 별다른 사회적 숙의 없이 가시적 효과만 좋으면 손쉽게 사회 설계에 편입된다.

■비대면 기술 효율 너머

인간은 원래 타자와 공존하는 존재
타자와의 공통감각 키우는 기술과
소홀했던 공적 가치 찾아야 할 때

비대면 기술은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공포로 우리 주위에서 손쉽게 찾던 해결책이었다. 신기술이 이미 우리의 성장동력이 되고 사회 인프라가 된 현실에서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언택트’ 기술이 갖는 효율에 비해 그것이 사회관계에 미치는 위험 요인을 진지하게 따져 묻진 못했다.

국가 방역 체제가 이제까지 약자를 지키는 사회안전망에 무심했듯이, 코로나19 불안으로 동기화된 비대면 기술은 정작 인간 사이의 물리적 관계에 기댄 ‘공통감각’을 일순간 부차적 지위로 밀어냈다. 비대면 업무나 관계의 소통 기술은 시공간 효율성을 높였지만, 사회의 온라인 피로도를 높이고 관계와 호혜의 밀도를 약화한다. 가령, 비대면 현실이 강조되면 사회적으로 미디어 문해력이 부족한 노년층은 물론이고 사회적 돌봄이 느슨해진 약자와 빈자에게 더 큰 생존의 무기력증을 안긴다.

전 세계 팬데믹 선언 이후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신기술을 활용한 방역 체제 유지에 앞장섰다. 비대면 기술로 매개된 방역사회 운용에 탁월했다. 자가격리 앱과 동선 추적 방식 등 일부 방역 플랫폼 기술은 그 효과가 입증돼 해외에 수출되거나 중요한 성공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비대면 방역 기술의 도입과 적용은 그리 체계적이거나 사려 깊지 못했다. 바이러스 위협에 큰 숙고 없이 임시방편의 도구적 기술을 사회 여기저기에 들러붙게 재촉한 것은 아닌지 이제부터라도 따져봐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생리적 존재이며 타자와 관계를 맺고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간혹 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사회의 비대면 신기술 도입 집착은 이를 잠시 망각한 까닭이다. 재난 시대 기술은 물리적 삶의 조건과 앙상블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순히 물질계의 불안감을 일시 해소할 목적으로 기술이 욕망되어선 곤란하다. 신기술은 인간 사회 속 관계성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리고 보완하는 쪽으로 신중히 채택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알고리즘 비대면 소통으로 사람을 가르고 극단의 편에 서게 만드는 사유화된 기술 논리에 사회 소통의 질서를 맡겨서는 위험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는 장기적으로 비대면 기술 소통이 점점 우리의 사회관계를 대신할 때 얻게 되는 효율성만큼이나 그 사회가 잃게 되는 물리적 관계 속 공통감각의 손실을 정확히 따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후자는 양적 성장의 지표로 잡히지 않아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무형의 관계와 신뢰의 질적 훼손으로 이어진다.

방역에 책임을 가진 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코로나 1.5년’을 차분히 결산해볼 필요가 있다. ‘위드 코로나’를 새롭게 맞이하려면, 우리가 소홀히 했던 공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술의 위상을 따져 묻고 이에 적극 응해야 한다. ‘사회 방역’이란 좀 더 넓은 그릇을, 그리고 비대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타자와의 공통감각을 키우는 기술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장기 방역 체제는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광석 교수

경향신문

테크놀로지, 사회, 문화가 서로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로 일한다.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공동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테크노문화, 인류세, 포스트휴먼, 플랫폼과 커먼즈, 비판적 제작문화에 걸쳐 있다. 대표 저서로 <디지털의 배신> <데이터 사회 비판> <데이터 사회 미학> <뉴아트행동주의> <사이방가르드> <디지털 야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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