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사과는 그만”… 페이스북, ‘공세적 방어’로 스캔들 대응 전략 수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저커버그, '프로젝트 앰플리파이' 최종 승인
긍정적 측면 부각해 '친페북' 여론 조성 목적
내부 논의서 "위기 대응 시 타협·사과 최소화"
최고기술책임자 사임... "홍보 위기 속 조치"
한국일보

2018년 4월 11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합동 청문회에 마크 저커버그(가운데)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그룹 ‘페이스북’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 탓에 각종 논란과 비판 여론에 휩싸여 왔다. 가짜뉴스 유포나 혐오·증오 게시물 확산, 개인정보 유출 등의 중심에는 항상 페이스북이 있었다. 그때마다 페이스북은 공개 사과 및 시스템 개선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페이스북도 여론전 무기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2년 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사과를 하고 의회의 증언 요구에도 응한 게 대표적이다.

그랬던 페이스북이 “더 이상 사과는 없다”는 쪽으로 위기 대응 전략 방침을 180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적 여론 진화에 공개 사과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판단, 기존과 정반대로 ‘공세적 방어’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페이스북이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대대적 변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달 코드명 ‘프로젝트 앰플리파이(Amplify)’를 최종 승인했다. 올해 1월부터 내부 회의를 통해 논의돼 온 이 프로젝트는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활용, 소셜미디어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며 친(親)페이스북 여론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스캔들 발생 시 저커버그의 거리 두기 △외부인의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부정적 소지가 있는 콘텐츠 관련 보고서 발행 중지 △브랜드 홍보 목적 자체 광고 증가 등이다.
한국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입구에 설치된 '좋아요' 로고 간판의 모습.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내부 논의를 통해 ‘위기 대처 시 경영진의 타협과 사과를 최소한으로 한다’는 방안이 도출됐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페이스북이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보다도 훨씬 더 많은 규제를 받고 더 자주 사과를 했다는 불만이 누적돼 온 탓이라는 게 전·현직 임직원들의 증언이다. NYT는 회사 관계자 6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한 뒤, “페이스북의 행보는 광범위한 전략 변화”라며 “회의에 참석한 여러 임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노선 수정’을 부인했다. 조 오스본 대변인은 “회사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논의 과정을 대중도 알아야 하며, 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페이스북 관계자 3명은 NYT에 “경영진은 물론, 여러 부서가 전략 변경에 관여했다. 최소 한 가지 결정은 저커버그가 주도했으며, 모든 건 그가 승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이미 ‘변화’에 착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마이크 슈레퍼 CTO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13년간 페이스북에 몸을 담았던 슈레퍼는 “내년 CTO 자리에서 물러나 시간제 근무직으로 선임연구원을 맡는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하드웨어 사업부 책임자인 앤드루 보즈워스가 내정됐다.

이번 CTO 교체는 유해 콘텐츠 규제 시스템 개선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내부 연구결과가 나왔는데도 이를 묵살한 사실 등 부적절한 대응 사례가 최근 잇따라 폭로된 게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FT는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2019년 불법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최대의 홍보활동 위기를 겪는 가운데 슈레퍼가 사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지우 인턴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