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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찰 제지에 세종에서 청주로… 화물연대, 집합금지 명령에도 집회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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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명 참여한 가운데 1시간 늦게 시작
일부 노조원, 경찰 제지에 청주로 옮겨 집결
파리바게뜨 배송 기사 폭행한 노조원 구속
한국일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3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SPC 투쟁 승리를 위한 화물연대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하고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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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식품업체 SPC가 노조를 탄압한다면서 당국 제지에도 23일 세종시에서 예고한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에 가로막힌 일부 노조원들은 충북 청주시로 이동해 집회를 열었다.

경찰 제지에 세종·청주 분산 집회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시쯤 세종시 금남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노조원 2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개최하고 "SPC그룹의 계획적인 노조 파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지난 15일부터 전국 SPC 사업장에서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SPC그룹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합의를 준수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조합원에 대한 계약 해지를 단행하고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며 "우리의 파업을 마치 이권 다툼을 위한 것인 양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SPC 자본은 민형사상 면책 합의를 해놓고 급여에서 임의로 30만~70만원씩 손해액을 공제하는 등 노조를 탄압해왔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날 집회를 감염병관리법 위반 행위로 보고 있다. 세종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돼 집회 인원이 49명까지만 허용된다. 세종시는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방역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 이날 오전 7시 50분부터 2명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경찰도 집회 강행 땐 적극적인 해산 및 사법처리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 인력 1,300여 명과 버스 60여 대를 투입해 도로마다 차벽과 검문소를 설치하고 조합원 집결을 차단했다.

현장에선 크고 작은 실랑이가 이어졌다. 오전 10시쯤 한 노조원이 공장에서 밀가루를 싣고 나오던 차량을 막아섰다가 경찰과 물리적 충돌 끝에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경찰에 연행된 노조원은 트럭이 노조 방송차를 긁어 항의한 것일 뿐 출차를 방해하려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낮 12시 40분쯤엔 여성 노조원이 공장 진입로에서 경찰과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차를 타고 집회에 참석하려던 조합원들은 경찰이 길을 막자 갓길에 주차한 뒤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화물차 기사 폭행 노조원 구속

한국일보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SPC 청주공장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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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전국 노조원 800~1,000명이 세종에 집결하는 집회를 계획했지만, 경찰 통제에 막혀 예정보다 적은 인원으로 1시간 늦게 집회를 진행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노조원 300여 명(경찰 추산)은 SPC삼립 청주공장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 오후 3시부터 별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청주시의 거리두기 3단계 집회 제한 인원(49명)을 넘지 않게 무리 짓고, 공장 주변 도로와 인도에서 회사의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청주시는 이런 '분산 집회' 행위를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피하려는 편법으로 판단해 현장에서 1차 경고 조치를 한 뒤 오후 3시 30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경찰은 기동대 7개 중대 399명을 동원해 집회 현장을 관리했다. 이곳에서도 노조원들이 공장 제품 출하를 막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화물연대가 지난 15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경찰의 불법행위 수사도 잇따르고 있다. 파업 당일 세종시에선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재료를 운송하던 화물차 운전기사가 화물연대 노조원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가담했던 노조원 1명이 폭행과 운송방해 혐의로 21일 구속됐다. 이번 파업과 관련해 첫 구속 사례다. 경찰은 다른 노조원 7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7일엔 전남 함평군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기사가 몰던 화물차의 연료 공급선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피의자를 입건하고 조사 중이다.


세종=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청주=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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