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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다시 고개든 반도체 비관론…"4분기 D램값 8%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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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정점 찍은 韓 주력 산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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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 앞날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고꾸라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올 3분기에 피크를 기록한 뒤 4분기에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예상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짧아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3일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전 세계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D램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D램 가격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8%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 관측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제품을 탑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등 반도체 고객사들 D램 재고량이 '양호'를 넘어 과잉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은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는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도 트렌드포스를 비롯한 반도체 조사 기관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고점론을 제기하며 4분기부터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이는 PC용 D램에 한정된 예측이었을 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은 추가 상승은 쉽지 않더라도 견조한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신 전망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제품을 가리지 않고 더 큰 폭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PC용 D램의 4분기 하락폭은 최대 5%"라고 예상했던 트렌드포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4분기 하락폭이 최대 1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으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 가격도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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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 하더라도 아마존 등 북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 서버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면서 서버용 D램 수요는 적어도 1년 이상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북미와 중국 IT 기업이 1~2분기 재고 확보에 주력해 현재는 10주 이상 D램 재고 물량을 보유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재고가 쌓여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폭증한 '집콕' 수요와 맞물려 반도체 가격을 견인했던 PC용 D램 상황이 심상찮은 것도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 집계를 보면 PC용 D램(DDR4 8기가비트 기준)의 현물거래가격은 개당 평균 3달러72센트로, 최근 두 달간 1달러 넘게 급락했다. 올해 고점인 3월의 5달러30센트와 비교해 29.7%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노트북컴퓨터 같은 IT 기기 수요가 4분기부터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한국 메모리 기업의 실적 최대치 경신은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선전을 앞세워 분기 매출 73조1300억원, 영업이익 15조7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액 7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창사 이래 최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의 3분기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는 매출 11조7500억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고점론이 점차 힘을 받는 상황에서 실적에 대한 섣부른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절정에 달했던 2018년 3분기에도 시장에서는 한동안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하락이 예상보다 컸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이 과거 반복됐던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신 보고서에서 "전형적 하락 사이클은 반도체 수요 증가를 기대해 공급을 늘렸다가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발생했다"며 "올해는 반도체 업계 공급 증가세가 2018년보다 크지 않고, IT 기업의 D램 재고 증가도 완제품 수요 부족이 아닌 부품 공급 차질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8년 당시와 같은 급격한 업황 악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이한 사이클로 봐야 한다. 반도체 가격의 장기 하락세보다는 단기 조정 뒤 미니 사이클 재개가 예상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종혁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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