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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메르켈’은 과연 누구?... 26일 독일 총선 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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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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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독일 총리 후보들이 그려져 있는 선거 홍보대의 모습. 베를린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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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현지시간) 예정된 독일 연방의회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며 ‘포스트 메르켈’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이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기민·기사연합/CDU·CSU)을 제치고 1위를 달리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후 독일의 방향타가 변화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 포르사(Forsa)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올라프 숄츠 후보(63)가 이끄는 사민당은 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아르민 라셰트 후보(60)의 기민·기사연합은 22%로 그 뒤를 따랐다. 이어 녹색당 17%, 자유민주당(자민당/FDP) 11%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판세는 선거전 초반과 크게 다른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연합은 총리의 굳건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올해초까지 사민당과 20%포인트 가량의 격차를 보이며 멀찍이 앞서갔다. 하지만 지난 7월 중순 홍수 사태 직후 기민·기사연합 지지율은 흔들렸고, 라셰트가 피해 현장에서 파안대소하는 모습까지 보도되면서 사민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3위에 불과했던 사민당이 1위까지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데는 숄츠의 덕도 컸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이자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그는 로봇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뚝뚝한 편이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독일 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메르켈 내각에서 장관을 지냈기에 메르켈 총리의 후광 효과도 일부 받을 수 있었다. 숄츠는 선거운동 기간 메르켈을 추어올리며 후계자를 자처했고, 이에 메르켈은 그와 거리를 두며 자신의 소속 정당인 기민·기사연합에 힘을 보태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의 실제 후계자인 라셰트 후보는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12년부터 기독교민주연합의 부의장 중 한 명으로 재직하며 2015년 메르켈 총리가 추진한 난민 수용을 든든히 지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금 인상 억제, 법인세 인하 등의 공약을 내걸며 보수·중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험을 과소 평가하고, 기후 위기에 있어서도 미온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총리 후보로서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홍수 현장에서의 ‘설화’는 지지율 하락에 결정타를 날렸다. 메르켈 총리는 라셰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힘을 실었으나 1위 숄츠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3위를 달리고 있는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후보(40)는 총리 선출에 실패해도 부총리 등 내각의 주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지율대로라면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기 힘들며, 녹색당이 연립정부(연정)의 파트너로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어보크 후보는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70%까지 상향하고, 2030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겠다는 등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 공약을 내세웠다. 기후 대응을 경제 발전보다 우선시하는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 때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논문 표절 논란 등을 거치며 최근에는 3위로 내려왔다.

오는 26일 총선이 끝나도 차기 총리가 당장 정해지긴 힘들 전망이다. 1위를 기록한 정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선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양당 연합으로도 과반 확보가 어려워 3개 정당의 연정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정당들이 연정을 이루는가에 따라 차기 내각의 정책 노선도 변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지지율대로 사민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정책적 성향이 비슷한 녹색당·좌파당(링케) 등과 진보연합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과 복지, 환경 등에 있어 과감한 정책이 예상되는 조합이다.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세 정당의 교집합이 작고, 급진적인 정책을 경계하는 유권자들의 시선도 있어 실제 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사민당이 녹색당·자민당과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들 정당의 상징색이 적·녹·황이라 붙은 이름)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경제 정책에 있어 중도적 성향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기민·기사연합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면 녹색당·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 총리도 앞서 2017년 선거에서 이 방식의 연정을 구성하려 했으나 자민당이 협상에서 이탈해 불발된 바 있다. 이는 신호등 연합보다 중도 성향이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이다.

현재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선거 막판까지 각 정당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직 약 40%에 달하는 부동층이 있는 만큼 막판에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볼프강 메르켈 베를린흄볼트대 교수는 “숄츠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이긴 해도 3~4%포인트 정도로 격차가 크지 않다”며 “막판에 부동층이 보수 성향을 보여 과감한 개혁과 실험적 정책을 추구하지 않는 정당에 표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각 후보들은 TV토론에서 선거 주요 의제들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미 독일 홍수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주요 이슈가 된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기후 위기나 난민 문제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는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있어 녹색당을 제외하고는 큰 차별성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난민 문제도 당초 예상보다 정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9일 열린 TV토론에서는 숄츠와 베어보크 후보가 최저임금 인상과 부유세 등 경제 이슈에 한 목소리를 내며 라셰트에 비해 주도권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베어보크는 조기 탈석탄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자신의 강점인 기후대응 공약도 내세웠다. 반면 라셰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사민당과 녹색당이 정보기관에서 위험하다고 판단한 인물들을 추방하는데 반대했다”며 안보 이슈에서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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