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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드리포트] 하루키를 만나러 와세다로…'하루키 문학관' 다음 달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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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참여하는 '낭독 행사'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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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의 옛 4호관은 전공투 투쟁 당시) 학생들에게 한동안 점거돼 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점거했다'고 하면 문제가 좀 있겠지만(웃음), 4호관 전체를 사용하게 해준 학교 측에 감사드립니다. 당시 우리들이 꿈꾼 것은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방적인 체제를 타파하고, 더 열린 대학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투쟁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지만, 그때의 이상은 지금도 틀린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더욱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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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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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2일) 일본 도쿄의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는 다음 달 1일 '국제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와세다대 국제문학관은 통칭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로 불리는데요, 이름처럼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2)가 소장하고 있던 방대한 서적, 음반 등의 자료를 기증해 새로 조성된 곳입니다. 하루키가 지난 2018년 본인의 가나가와현 오다와라 자택 등에 보관하던 서적과 육필 원고, 음반 등 1만여 점을 모교 와세다대학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이후 와세다 측이 기증 자료 보관과 연구, 저술활동 지원을 위한 국제문학관 설립 계획을 세웠습니다. 와세다대학은 하루키가 대학 시절 자주 오가던 캠퍼스 안 연극박물관에 인접한 4호관 건물을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에게 의뢰해 리모델링했고, 이제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겁니다.

어제 기자회견에는 기증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과 건축가 구마 겐고(67), 그리고 '유니클로'로 유명한 기업가 야나이 다다시 등이 참석했습니다. 구마 겐고는 건물 입구부터 측면에 걸쳐 목재를 그물 모양으로 엮은 아치로 장식하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3층 높이까지 천장을 높여 공간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제(22일) 기자회견에서는 "하루키 씨의 문학은 일상의 세계로부터 돌연 전혀 다른 세계로 확 들어가버린다. 그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디자인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루키와 동갑인데다 와세다대학 동문이기도 한 야나이 회장은 총액 12억 엔, 우리 돈 130억 원이나 들어간 리모델링 비용을 기부했습니다.

서두의 인용은 물론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온 하루키 본인의 발언인데요, 내용을 조금 더 볼까요. 국제문학관의 통칭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것에 대한 소감입니다.
"원래는 제가 죽은 다음에 이런 시설을 만들어주셨으면 했는데, 아직 살아 있는 사이에 완성이 되어버려 상당히 긴장이 됩니다. 저도 가능한 한 운영에 협력해서 제가 상상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또 여러 사람들의 책과 자료를 더해 폭넓고 유동적인 연구시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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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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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대학 국제문학관, 즉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하루키가 글을 쓰는 자택 작업실을 재현한 '무라카미의 서재'와 카페 등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루키가 전업작가를 시작하기 전에 운영했던 재즈카페에서 라이브 연주에 사용되던 그랜드피아노가 전시돼 있습니다. 지하와 1층을 잇는 계단을 한가운데 크게 배치했고, 높은 서가를 양쪽으로 배치해 계단을 감쌌습니다. 1층에는 지금까지 5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하루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라운지'가 자리하고, 하루키가 기증한 음반을 그가 음악을 듣는 환경과 '거의 같은' 조건에서 들어볼 수 있는 '오디오 룸'도 있다고 합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는 라디오 녹음 등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기획전을 꾸밀 수 있는 전시실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음 달 1일 개관하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는 공간입니다. 3층부터 5층까지는 방대한 장서와 자료를 보관하는 서고, 문학 연구자들을 위한 세미나실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하네요. 일반인의 방문은 10월 1일 개관일부터 가능하지만, 코로나 감염 방지대책으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인터넷 사전예약을 해야 합니다.

어제부터 국제문학관 홈페이지(https://www.waseda.jp/culture/wihl/)가 10월 1일 개관 이후 방문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휴관일인 수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세 차례의 방문 가능 시간이 10월 23일까지 순식간에 예약이 끝났습니다. 이 홈페이지에는 지난 17일 국제문학관의 이미지를 표현한 3분 길이의 짧은 영상이 공개돼 있기도 합니다.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시치리 케이가 만든 이 영상을 보면 '무라카미 라이브러리'가 어떤 컨셉트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양사나이'처럼 하루키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미지들도 눈에 띄네요.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어제 기자회견에서 하루키가 '가능한 한 운영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내용도 이 국제문학관의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습니다. 하루키 본인도 참여하는 '낭독 이벤트 Authors Alive! 작가와 만나자'라는 행사입니다. 10월 9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여섯 차례, 모두 토요일에 열리는 이번 이벤트에는 하루키 외에도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소설가 오가와 요코, '편의점 인간'을 쓴 무라타 사야카, 기타리스트 무라지 카오리, 일본 문학 연구자이자 유명 방송인인 로버트 캠벨 와세다대학 특명교수 등이 돌아가며 참여할 예정입니다. 대학 측은 이 국제문학관을 일본은 물론 외국 문학 연구자들의 교류의 장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유성재 기자(ven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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