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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파산설' 헝다그룹, 운명의 날 넘길까…2대 주주는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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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에 처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Evergrande)이 오늘(23일)로 운명의 날을 맞았습니다. 오늘 만기가 도래하는 이자를 모두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 원)를 내야 합니다. 이 5년물 채권 말고도 위안화 채권의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5억 원) 역시 오늘까지 지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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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에 처한 헝다그룹이 중국 허난성 일대에 반쯤 짓다 만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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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해결" 한 마디에 장중 32% 급등

중국 안팎에서 파산설이 파다하자 헝다그룹 측은 어제(22일) 직접 공고를 내고 "위안화 채권 이자는 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덕분에 헝다 주식은 오늘 장중 한때 32%까지 치솟았습니다. 헝다그룹은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성명에서 '해결'이라는 표현이 좀 아리송합니다. 헝다그룹에 유동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자를 제때 다 낸다기보다 이자 전액 또는 일부를 낼 시한을 미루기로 금융기관과 합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규모가 더 큰 달러 채권 이자는 어떻게 할지 따로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거액 손실에도 2대 주주 "지분 다 매각"



회생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최근 주주들의 움직임을 보면 좀 더 확연해집니다. 헝다그룹의 2대 주주인 화인부동산(Chinese Estates Holdings)은 갖고 있던 헝다 지분 모두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화인부동산은 홍콩에 기반을 둔 투자·개발 회사인데, 지난 10일 기준 헝다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화인부동산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1일까지 갖고 있던 헝다 주식 1억890만주를 2억4650만 홍콩달러(약 375억원)에 팔았고요. 오늘 주주총회를 열고 남은 5.66%의 지분을 1년 안에 다 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7억5110만주를 더 매각하겠다는 것인데요. 블룸버그는 "화인부동산이 헝다 지분을 전부 청산하면 약 95억 홍콩달러(약 1조4446억원)를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정도 손실을 보고도 헝다에서 완전히 손 떼겠다는 것은 헝다가 회생할 가능성이 그리 크진 않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금 물린 헝다, 유동성 위기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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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돌려달라″며 항의하던 투자자들이 중국 선전시에 있는 헝다그룹 본사에 실신해 누워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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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늦게 헝다그룹은 내부 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쉬자인 회장이 직접 임원들에게 "부동산의 질적 보장과 자산 관리상품 환매를 챙기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금융권에서 빌린 거액의 돈과 이자를 상환 못 해 종국엔 디폴트를 낼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보입니다. 쉬자인 회장은 그룹 지분을 70% 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채권 계약서상 만기일로부터 30일까지는 이자를 안 내도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늘 만기를 겨우 넘기더라도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헝다의 채무는 77억 달러, 2023년에는 108억 달러까지 불어납니다. 이미 많은 협력업체들에 공사 대금이 물려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환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헝다그룹이 진 빚은 총 350조 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맞먹습니다. 투자자들이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걱정하는 것에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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