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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평화냐 전쟁이냐 묻겠다"…‘대만판 트럼프’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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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만 총통부 앞에서 거행된 2020 도쿄 올림픽 대만 선수단 환영식. 이번 올림픽에서 대만 선수단은 금 2, 은 4, 동 6개로 총 12개 메달을 획득해 종합순위 22위로 선전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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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야당인 중국국민당 주석(당 대표) 선거가 임박한 대만에서 ‘홍통(紅統·적화통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주인공은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장야중(張亞中·67) 쑨원(孫文)학교 총장이다. 그가 “당 주석에 당선되면 ‘대만인은 동시에 중국인’이라고 외치겠다”고 공언하면서 2024년 총통 대선까지 일찌감치 ‘홍통 논란’에 말려들었다.

‘장야중 신드롬’의 시작은 지난 4일 첫 TV 토론회다. 장야중은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는 지금 평화의 서광이 비치는가, 아니면 적대감만 깊어지나”는 질문으로 정견발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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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중국국민당 당주석 선거 후보자 정견발표회에 나온 4명의 후보. 왼쪽부터 장치천(江啓臣·49) 현 당 주석, 장야중(張亞中·67) 쑨원(孫文)학교 총장, 주리룬(朱立倫·60) 전 당 주석, 줘보위안(卓伯源·56) 전 장화(彰化)현 현장. [중국국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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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선 ‘전쟁이냐 평화냐’ 겨루겠다”



이어 그는 “당·나라·양안을 구하겠다(救黨·救國·救兩岸)”며 중국과의 평화 통일론을 꺼내들었다. “만일 당 주석에 당선되면 베이징과 협상한 뒤, 전체 당원 투표에서 통과되면 ‘평화비망록(MOU)’을 차기 총통 대선에 활용해 민진당과 ‘평화냐 전쟁이냐’를 겨루겠다”면서다. 또 “국민당이 2024년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 대만 평화를 지켜야 한다”며 “당 주석에 당선된다면 베이징과 협상해 중국에 판사처(사무실)를 설립, 대만 기업인과 대만 학생, 대만 가족을 돌보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2001년 당적을 박탈당한 리덩후이(李登輝, 1923~2020) 전 대만 총통이 국민당 몰락의 원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대만 독립론자였던) 리덩후이가 득세하면서 민진당과 손잡고 ‘당으로 당을 망치고, 나라로 나라를 훼손했다’”면서 “내가 중국국민당 주석에 당선된다면 ‘대만인은 동시에 중국인’이라고 큰소리로 외치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우리가 돌아가야 할 당은 손중산(孫中山)의 중국국민당, 중화 민족의 중국국민당,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중국국민당”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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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중(張亞中·67) 쑨원(孫文)학교 총장. 오는 25일 시행되는 중국국민당 당 주석 선거 후보로 출마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장야중 페이스북]





“대만인도 중국인” 외치며 여론 조사 1위 급부상



1m87㎝ 장신의 정치인이 뿜어낸 사자후는 72년 전 중국공산당과 중국 본토를 놓고 다퉜던 국민당 진성 당원과 젊은 신세대를 사로잡았다. 퇴역 군인이 주축인 국민당 내 최대 계파 ‘황부흥당부(黃復興黨部)’ 8만여 명이 먼저 지지를 표명했다. 홍콩 명보는 23일 장야중이 잠잠하던 국민당 주석 선거판을 뒤흔들며 ‘대만판 트럼프’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89만 당원 가운데 투표권을 보유한 37만명이 참가하는 이번 국민당 주석 선거에는 네 명이 출마했다. 40대 소장파 기수인 장치천(江啓臣·49) 현 당 주석과 정계 베테랑인 주리룬(朱立倫·60) 전 당 주석, 줘보위안(卓伯源·56) 전 장화(彰化)현 현장이다. 지난 13일 대만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인 TVBS 여론 조사에 따르면 장야중이 30.6%로 주리룬 27.5%, 장치천 12.8%를 제치고 선두로 부상했다.



‘장야중 신드롬’에 국민당 정권교체 딜레마



문제는 장야중의 주장이 대만의 일반 반중(反中) 여론과 동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구인 대만 민의기금회(臺灣民意基金會) 조사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76.8%가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밝혔고, 중국인이라는 답변은 7.5%에 불과했다.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11.3%였다. 대만독립에 찬성한 비율은 46.6%, 양안 통일 11.1%, 현상유지는 26.4%로 나타났다.

때문에 국민당 지도부는 ‘장야중 신드롬’이 달갑지 않다. 오히려 그가 당 주석에 당선될 경우 2024년 국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관측도 있다. 탄야오난(譚耀南) 양안 정책협회 이사장은 “장야중 당선은 국민당이 2024년 총통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는 의미”라며 “그의 통일론은 대만 주류 여론에서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국민당 당적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反) 장야중’ 전선에 속속 결집하고 있다. 뤄즈창(羅智强·51) 타이베이 시의원(국민당적)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2년 선거에서 민진당의 책략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국민당을 궤멸시킬 수 있다. ‘OOO에게 표를 던지면, 장야중을 뽑는 것’이라는 한마디다. 국민당이 2022년 전멸하면, 2024년 총통 대선에서 민진당은 누운 채로 정권 연장에 성공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잇단 ‘반장(反張)’ 공세에도 장야중은 꿈쩍 않는다. 지난 20일엔 오히려 국민당 선거감독위원회를 상대로 선공에 나섰다. “주리룬 동지가 주장하는 본인(장야중)의 ‘홍통(적화 통일)’ ‘망당’ ‘분열’ 조장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만일 사실이라면 본인의 후보 자격을 취소시켜달라”고 자체 조사 요구서를 공식 접수시켰다. 국민당 중앙은 장야중의 요구를 반려했다.



홍콩 언론인 “‘영혼 고문’ 직면한 청년층, 장야중 지지”



장야중의 파격 주장에 홍콩 언론도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명보 산하의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의 추리번(邱立本) 총편집(편집인)은 “대만 청년이 ‘영혼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칼럼을 통해 장야중 신드롬을 분석했다. 추 편집인은 “장야중이 대만 젊은이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라며 “전쟁터에서 대만을 지키겠는가. 침범한 공산당군과 죽음의 결전에 나설 것인가. 대만 젊은이가 직면한 ‘영혼 고문’에 절대다수 대만 청년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대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진당은 미국이 대만의 수호신이 되길 원하지만, 아프간 사례에서 보듯이 국익을 따르는 미국은 전략적 수축기에 대만을 위해 중국과 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젊은이에게 ‘대만 독립’이라는 미신, 전쟁의 호각 소리에 미혹되지 말라고 충고도 곁들였다.

무협소설 대가 진융(金庸)이 일으켜 세운 명보는 중국 공산당과 일정한 거리를 둔 정론지로 꼽혀 왔지만 지난 6월 24일 빈과일보 폐간에 “홍콩에는 단 하나의 선택이 있을 뿐”이라며 “국가의 편에 서서 국가발전의 큰 국면 속으로 융화해 들어가는 것”이라는 친중 사설을 실은 바 있다.



백신 가뭄에 중국서 시노팜 확보 주장도



☞장야중은 누구 = 1954년생. 대만 문화대기계공업과를 졸업했다. 대만 정치대 외교학과에서 석사,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뒤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2020년 총통(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에 출마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 『손문 사상 기본 독본』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입장이 완전히 달라도 일단 말을 시작하면 바로 빨려 들어가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웅변가이다. 장야중은 중국과 관계가 깊다. 대만이 코로나19 백신 가뭄에 시달리던 지난 5월 29일 쩡녠(曾念) 베이징 양안 동방문화센터 대표를 통해 화이자와 시노팜 백신 각각 500만 도스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쩡녠은 장징궈(張經國) 전 대만 총통과 위다웨이(兪大維) 전 대만 국방부 장관의 조카 손자다. 위다웨이 장관의 또 다른 조카 손자가 위정성(兪正聲·76) 전 전국 정협 주석이다.

베이징=신경진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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